‘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9일 앞둔 가운데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프로모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눈길을 끈다.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인 KT는 축구 행사 관련 다양한 마케팅을 벌여온 바 있다. 지난 2010년 월드컵 기간에는 황선홍 전 국가대표 선수가 출연한 광고를 내보냈으며, 지난해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기간에는 광고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SK텔레콤의 경우 한일월드컵이 치러졌던 지난 2002년 붉은악마를 통한 응원캠페인 ‘비 더 레즈(Be the Reds)’로 마케팅 효과를 누렸다. 당시 ‘붉은 악마가 돼라(Be The Reds)’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광고는 공식 후원사였던 KT보다 큰 홍보 효과를 누렸다는 평이다.
이처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경쟁해온 KT와 SK텔레콤이 러시아월드컵과 관련해서는 잠잠한 모습이다.
업계는 양사가 지난 2월 개막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마케팅 경쟁으로 과도한 예산을 지출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KT가 평창올림픽 관련 5G 마케팅비로 사용한 금액은 지난해 4분기에만 330억원에 달한다. SK텔레콤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 선수를 내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던 것을 감안한다면 KT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SK텔레콤의 경우 평창올림픽 때 ‘앰부시 마케팅’으로 비판받은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앰부시 마케팅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허가를 받지 않고 올림픽과 관련된 로고나 표어 등 다양한 지적재산권을 무단 사용해 영리 행위를 하는 것을 뜻한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해 앰부시 마케팅 금지조항이 포함된 평창올림픽 특별볍 개정안이 통과됐으며 SK텔레콤은 광고를 중단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월드컵 개막 전날이 ‘6‧13 지방선거’ 투표 날인 점도 이유로 꼽히고 있다. 네이버 댓글 조작, 드루킹 특검 등 국민의 관심이 여러 정치 현안에 쏠려있는 만큼 월드컵 특수를 노린 마케팅 효과가 작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5G 상용화를 앞두고 필수설비 대가산정, 주파수 경매 등을 앞둔 이통사들이 효과가 불확실한 마케팅을 위해 예산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