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지방선거 여론조사, 정말 조작됐을까

[친절한 쿡기자] 지방선거 여론조사, 정말 조작됐을까

지방선거 여론조사, 정말 조작됐을까

기사승인 2018-06-07 11:19:26

파울 요제프 괴벨스. 지난 1930년대 독일 나치정권의 선전 장관입니다. 유려한 말솜씨로 여론을 조작하고, 대중을 ‘선동’한 인물로 악명이 높습니다. 히틀러의 몰락과 함께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죠. 그런 그가 2018년 대한민국에 정치권에 자주 회자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가짜들이 판치는 괴벨스 공화국이다” “이 나라를 괴벨스가 지배하는 허위 선전장에 둘 수 없다” 

여론이 조작되고 있다는 홍준표 자유한국당(한국당) 대표의 발언 때문입니다. 최근 지방선거 여론조사에서 한국당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홍 대표는 6일 자신의 SNS에 “최근 여론조사 행태를 보니 아예 작정하고 편들기를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선거가 끝나면 여론조사기관을 폐쇄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론조사의 모집단이 잘못됐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경남 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사람이 홍 대표를 지지했다는 사람의 2배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지적한 것입니다. 경남 MBC와 리얼미터가 지난달 29~30일 8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남 광역단체장 선거 여론조사’(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살펴보면 문 대통령을 찍었다고 답한 이들은 408명, 홍 대표를 찍었다고 답한 이들은 207명입니다. 대선 당시 경남 지역에서 실제 득표율은 문 대통령 36.7%, 홍 대표 37.2%였죠. 홍 대표는 “여론조작의 증거가 바로 이런 것”이라며 “혹세무민하는 여론조사기관은 선거가 끝나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홍 대표의 말대로 여론조사는 조작될 수 있을까요.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위원회)의 엄격한 관리에 따라 조사를 실시, 발표됩니다. 표본수와 응답률 등이 일정 기준이 미치지 못하면 공표가 금지됩니다. 특정 지지층을 표본으로 삼기도 어렵습니다. ARS 전화 조사는 각 통신사가 제공하는 안심번호를 통해 이뤄집니다. 통신사별 비율까지 균등하게 맞추기 때문에 특정 지지층만을 표본으로 삼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한 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여론조사의 표본과 설문지 내용 등을 누구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조사 결과에 대한 ‘감시’가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론조사의 응답이 실제 대선 지지율과 차이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부 전문가들은 ‘과대 대표’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대선 당선자가 선거 이후 여론조사에서 실제 득표율보다 10%p 정도 높은 지지를 얻는 것을 뜻합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4월9일 공개된 여론조사(※인용공표보도 정보 참조)에 따르면 18대 대선에서 어느 후보를 택했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31%가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민주당의 전신) 후보를 지지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18대 대선 당시 득표율은 48%였죠. 즉, 과대 대표는 일반적인 현상이지 ‘여론조사 왜곡’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홍 대표는 한국당의 낮은 지지율을 조작이라고 말하지만 유세현장에서 한국당을 향한 민심은 차갑습니다. 홍 대표는 지난달 31일 한국당 후보 유세 지원을 위해 부산을 방문했습니다. 홍 대표의 연설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당시 일부 운전자들이 홍 대표가 탄 유세차량 앞으로 지나며 경적을 길게 울렸기 때문입니다. 이에 홍 대표는 “서울 강북에 가면 저런 차가 많다”며 “반대하면 그냥 지나치면 되지”라고 불만을 표했습니다. 

여론조사는 본 선거가 아닙니다. 실제 선거 결과와는 다를 수 있죠. 그러나 민심을 보여주는 일정 지표라는 것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오는 13일 열릴 지방선거를 위해 홍 대표가 해야 할 최선은 조사 결과의 부정이 아닌 쇄신하는 모습이 아닐까요. 

※인용공표보도 정보(조사의뢰자 : 내일신문·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조사기관 : 한국리서치, 조사기간 : 2014년 4월4일~6일,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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