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는 투자자를 모집해 기업에 자본참여를 하게 한 뒤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전략을 가진다. 일가(一家) 형태의 기업에서는 일궈온 가업을 매각하는 고통이지만, 기업 자체로는 체질 개선을 통해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대부분 창업자가 중심이 된 오너 경영체제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자영업에서부터 시작해 성장하면서 사세가 확장된 자수성가식 성장을 이뤄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형화된 시스템에 따른 경영보다는 경영자의 사업적 판단이 우선된다. 사업적 호황에는 드라마틱한 성장이 가능하지만 반대로 ‘날개 없는 추락’의 위험도 있다.
반대로 사모펀드는 엑시트(재매각)이라는 확실한 목적이 있다. 따라서 법에 저촉되지 않는 준법경영과 극단적인 효율경영이 필연적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시스템을 들어내는 둔통이 수반되지만 꾸준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이는 사모펀드에 매각됐던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사례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버거킹은 2012년 보고펀드에 매각된 뒤 전문경영인 도입 등 시스템변화를 통해 급성장했다.
매각 전인 2012년 130여개였던 매장은 2015년 240개로 80% 이상 급증했다. 200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2016 2531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으며 영업이익도 7억원에서 107억원으로 1400% 이상 성장했다.
공차코리아 역시 2014년 사모펀드 유니슨캐피탈 매각 이후 성장곡선을 그렸다. 공차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인수 직후인 2015년 대비 각각 34.8%, 25.3% 증가했다.
bhc치킨도 2013년 프랜차이즈서비스아시아리미티드에 매각된 이후 실적이 반등했다. bhc치킨의 2017년 매출은 2400억원으로 매각 직전 대비 180% 이상 증가했다. 806개였던 매장 숫자도 2016년 1395개로 73%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가 몸값을 부풀린 뒤 다시 판매하는 엑시트를 ‘먹튀’라고 보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눈부신 실적개선이 본사에만 돌아가고 정작 브랜드를 떠받치고 있는 가맹점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로열티가 아닌 유통마진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을 볼 때, 가맹점 장사가 잘 돼 소비되는 재료가 많아진다면 이는 본사 수익으로 직결된다. 본사 수익과 가맹점 매출을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제로 bhc치킨 가맹점당 연평균 매출은 사모펀드 인수 직전 1억2400만원에서 지난해 3억1300만원으로 120% 증가했다. 공차 역시 인수 전 1억원대에서 2억원대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물론 이는 매출에 한정된 이야기로 인건비나 임대료 등 고정비를 감안한다면 실질적인 수익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사모펀드 인수·매각을 마치 업계를 해치는 독으로 폄하하기에는 무리다.
일장일단이다. 어떤 장점을 키우고 어떤 단점을 줄일지는 다음의 문제다. 사모펀드가 한국형 프랜차이즈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한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혀 일방적인 비난만을 앞세우는 것이 오히려 업계를 병들게 하는 독이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