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권주자 일부가 6·13 지방선거의 여파로 휘청이고 있다. 선거 참패로 향후 정치적 행보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대선에서 24%의 득표율을 얻어 지지율 2위를 기록했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한국당) 대표는 19일 서울변호사협회에 변호사 개업 신고서를 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당선되며 변호사 휴업을 신고했다. 정치활동을 접고 본업인 ‘법조인’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재개업 신고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으면 대부분 수리된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4일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며 “모두가 제 잘못이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국민 여러분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 패배 직후 미국으로 떠났다. 외동딸인 설희씨의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박사과정 졸업식 참석차 지난 15일 출국했다. 오는 20일께 귀국할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향후 행보는 불투명하다. 안 전 후보는 지방선거에서 19.5%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지난해 대선 당시 서울지역에서 얻은 득표율(22.7%)보다 적었다.
바른미래당 내외에서는 안 전 후보에 대한 성토가 터져 나왔다. 바른미래당 후보로 동작구청장에 출마한 장진영 변호사는 17일 “많은 후보들 모두가 실업자 신세가 됐다. 선거비라도 보전받았을 후보들이 줄줄이 빚더미에 올라앉아 망연자실하고 있다”며 “안 전 후보의 미국행은 또다시 책임을 회피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보인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경기도 양평 용문산 야영장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안철수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 안 전 후보가 결단을 내려야 할 문제”라며 “정계은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개혁보수’를 외쳤던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지난 14일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유 전 대표는 “국민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며 “대표직에서 물러나 성찰의 시간을 갖고 저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바른정당을 이끌었던 유 전 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잇따른 탈당 등 한계를 겪었다. 이후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통해 바른미래당을 만들며 새로운 정치실험에 도전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낮은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다만 유 전 대표는 사퇴회견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고민하겠다”며 제 역할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