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가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 제도를 재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KBO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와 더불어 외인 선수 연봉 상한제를 다시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 시즌부터 신규 외인 계약시 연봉(옵션 포함)과 계약금, 이적료를 포함해 총액 100만 달러(약 11억3000만원)의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재계약 시엔 금액 상한선이 없다.
또 처음 계약하는 외국인 선수와는 다년 계약이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연봉 상한제는 이전에도 존재했다. 2013시즌까지 외인 선수 연봉을 30만 달러로 제한했고 재계약시 인상률도 25% 이하로 책정했다. 하지만 구단과 외인 간에 오가는 암묵적인 웃돈 등 실효성이 없어 폐지됐다. 이와 함께 2014시즌부턴 외인 선수를 3명으로 늘렸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한제가 부활한 이유는 무엇일까.
메이저리그 구단, 에이전트들의 몸값 부풀리기가 심했다는 설명이다. KBO 구단의 대우가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단과 에이전트들이 KBO 구단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았단 것이다. 제한선이 생기면 에이전트나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태도도 바뀔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의구심이 든다. 정작 ‘제 살 깎아먹기’를 하는 건 구단들이다. 수준급 외인을 향한 경쟁은 둘째치더라도 FA(자유계약) 시장에 나온 국내 선수들에게 천문학적인 금액을 안겼다. 100억 FA시대가 열린 이후 선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60억대의 FA 계약이 ‘착한 계약’으로 여겨질 만큼 몸값 거품이 심각하다.
그렇다고 이들이 100만 달러 이내의 외인들보다 확연히 뛰어난 기량을 갖춘 것도 아니다. 마케팅적인 이익을 차치하고서라도 몸값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단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국내 FA시장이지만, 애먼 외인들에게만 화를 돌린 셈이다.
사실 외인 몸값을 줄이기 위한 효율적인 방안은 있다. 이전부터 요구돼 온 외인 보유수를 늘리는 것이다. 옆 나라 일본의 경우 출전 제한만 있고, 보유 제한은 없다. 한국에 비해 저변이 넓은 일본이지만 육성형 외인 선수를 보유해 전력을 키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처음 KBO 무대를 밟는 외인들의 다년 계약도 막아 육성형 외인의 등장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연봉 상한선을 설정하면서 프로야구 질적 수준이 더욱 저하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좋은 투수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고, 타고투저는 심화됐다. 이러한 여파로 최근 국제무대에서 한국 프로야구는 잦은 좌절을 경험했다.
결국 외인 연봉 상한제는 질적 수준이 높은 외인을 차단해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프로야구가 위기라는 현 상황에서 과연 알맞은 대안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또 이러한 상한제가 국내 FA 시장을 더욱 과열시키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수준 높은 외인을 공급받지 못하면 구단의 눈은 자연스레 국내 선수들로 향하기 마련이다.
의도가 어떻든 결국 KBO가 꺼내 놓은 연봉 상한제는 제 식구 챙기기, 배불리기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선수들의 FA 상한선, 등급제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이 또한 선수협의 반발에 현안으로 올릴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개혁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을 제한하는 규정을 부활시키는 게 시급한 결정이었는지 정운찬 총재를 비롯한 KBO 수뇌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