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원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으로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19일 유사강간치상 등의 혐의를 받는 이 전 감독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80시간의 성폭력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의 아동청소년기관 취업 제한 등도 명령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작가와 연출자로 큰 명성을 누렸다”며 “단원들뿐만 아니라 연극계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의 피해자들은 오로지 연극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피고인 지시에 순응했다고 판단된다”며 “피고인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한 것과 동시에 각자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지시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악용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감독은 지난 2010년 4월부터 지난 2016년 6월까지 연희단거리패 단원 8명을 상대로 안마를 시키고 자신의 신체 부위를 만지게 하는 등 23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연기 지도를 명목으로 여배우들의 신체를 만진 혐의도 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감독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연극계 내 영향력 등 절대적인 권한을 이용해 이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봤다.
지난 2월 이 전 감독의 성범죄에 대한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이어졌다.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는 10여년 전 지방 공연 당시 이 전 감독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 등을 폭로했다. 이후 여성 연극인들은 이 전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후 임신, 낙태한 사례 등을 추가로 폭로했다.
이 전 감독은 끝까지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결심공판에서 “피해자들이 받아줘서 (범죄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개 사과 기자회견도 ‘리허설’을 진행하는 등 연출됐다는 폭로가 나오며 논란이 됐다. 배우 오동식씨는 “사과문을 노래 가사나 시를 쓰듯이 작성했다”며 “당시 극단 대표가 ‘선생님 표정이 불쌍하지 않아요. 그렇게 하시면 안 돼요’라고 말하자 이 전 감독은 ‘이건 어떠냐’며 표정을 다시 지어 보였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 조사 당시 이 전 감독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고소인은 17명에 달했다. 파악된 피해는 지난 1999년부터 2016년까지 62건이었다. 다만 현행법상 공소시효로 인해 2010년 4월 이후 발생한 사건만 처벌 가능했다. 이로 인해 고소인 8명에 대한 사건만 재판에서 다뤄졌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