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기간·업무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4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국방부와 법무부·병무청 등 정부 관계자, 군 인권단체 관계자, 시민 등 140여명이 참석했다.
국방부는 이날 대체복무 기간·형태·분야에 대한 2가지씩의 안건을 발표했다. 복무기간은 오는 2021년 말 기준 육군 병사 복무기간(18개월)의 1.5배인 27개월 또는 2배인 36개월이 제시됐다. 복무형태는 합숙 근무 방안과 일부 출퇴근을 허용하는 방안으로 나뉘었다. 복무분야는 교정시설 또는 교정 및 소방시설이 거론됐다.
앞서 논란이 됐던 지뢰 제거·유해 발굴 등 군대 내 비전투분야 배치는 실효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판단, 안건에서 배제됐다. 민간인 신분으로 해당 업무 수행이 제한된다는 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절대 수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는 점 등이 이유였다.
공청회에 참여한 일부 전문가들은 대체복무제가 징벌적 성격을 지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해마루 소속 임재성 변호사는 “복무 기간은 현역 육군 병사의 1.5배가 적절하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현역 복무 기준 2배의 대체복무기간은 인권침해로 본다”며 “한국 현역병의 복무기간은 징병제 시행 국가 중 최상위권이다. 이 기간을 기준으로 1.5배 이상의 복무기간을 시행하면 기간이 너무 길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복무 분야에 대해서는 “교정시설에 한정되기보다는 소방과 사회복지 시설 모두에서 대체복무를 수행하도록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며 “의무소방대가 저출생 등을 이유로 오는 2023년 폐지된다. 효과적인 대체복무영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대체복무제 기간을 2배로 정하면 유엔 인권이사회의 지적을 받게 된다.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며 “교정시설에서 대체복무를 하더라도 현역과의 형평성이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현역 병사의 경계근무처럼 당직 근무를 선다. 전시에도 중범죄자를 수송하는 업무를 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 대체복무의 업무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법무법인 저스티스의 지영준 변호사는 “단순 병역 기피자를 제외하려면 대체복무는 현역이 하는 것보다 같거나 중한 것이 돼야 한다”며 대체복무 업무로 지뢰제거와 유해발굴단 업무가 제안했다. 그는 “집총을 수반하지 않는 비전투업무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기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병욱 상명대학교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대체복무는 징병제 국가에서 자의적 양심을 기준으로 군에 안 갈 수 있는 합법적 방법이 생기는 것”이라며 “복무 기간이 짧고 복무 강도가 낮으면 가짜 양심적 거부자 등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여전히 병역거부자의 99%는 여호와의 증인 신자”라며 “너무 쉬운 대체복무는 특정 종교에 대한 수혜가 된다”고 지적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시민 다수는 지 변호사와 최 교수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지 변호사와 최 교수의 발언 중간중간 박수가 나왔다.
시민과의 자유 토론 과정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용어에 대한 반발도 나왔다. 시민으로 참석한 신운환 전 한남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는 문제가 있다. 군대를 간 사람은 양심적 고뇌가 없는 사람이냐”며 “개인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가 제일 정확한 용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용어는 헌법에 입각해 만든 용어”라며 “같은 논리로 따지면 군대에 가는 사람들은 신념이 없는 사람이 된다”고 답했다. 이 실장의 발언에 “그게 답변이냐” “말이 되느냐”는 등 장내가 일순 소란스러워졌다.
국방부·법무부·병무청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대체복무제 실무추진단은 공청회 의견 등을 수렴해 이달 중 대체 복무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6월 헌법재판소(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오는 2019년 12월31일까지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종교·양심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온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1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