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및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지난 2007년부터 의문이 제기돼 온 ‘다스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5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여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공직사회 전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트렸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날 “2007년 대선 당시 다스 및 BBK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국민은 결백을 주장하는 피고인을 믿었다.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권력을 행사했어야 한다”면서 “피고인은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240억원을 횡령했다. 범행 당시에도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으로 활동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리고 20억원 가량을 수수, 청탁대로 일을 처리했다. 삼성으로부터도 은밀하게 60억원 가량을 수수했다”며 “대통령 직무의 공정성과 청렴성을 훼손하며 공직사회 전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트렸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의 재판 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대부분이 상당히 오래전에 발생했다는 점에 기대어 이를 모두 부인했다”며 “‘자신은 개입되지 않았는데 모함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횡령 피해자인 다스가 가족 회사에 해당하는 점, 재판에 성실하게 참여한 점, 나이, 건강상태 등이 고려됐다.
이날 선고는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이 전 대통령은 건강 문제와 재판 중계 결정에 반발,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출석을 거부할 만한 정당한 사유라고 보기 어렵지만, 서울 동부구치소에 두 번이나 인치를 요구했지만 불발됐다. 피고인에 대한 1심 구속 만기가 거의 완료됐다”면서 궐석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가장 쟁점이 됐던 ‘다스는 누구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고 결론 내렸다.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 다스 관계자의 진술이 인정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는 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과 ‘처남’ 고(故) 김재정씨의 소유라고 반박했지만 두 사람은 경영에 거의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 김씨는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이라는 언급도 나왔다. 다스의 설립자금으로 쓰인 ‘도곡동 땅 매각 대금’도 이 전 대통령의 소유로 인정됐다.
이에 따라 다스에서 조성된 비자금 중 240억원과 법인카드 사용 금액 등 246억원이 이 전 대통령이 횡령한 금액으로 판단됐다. 다만 31억원의 법인세 포탈 혐의는 인정되지 않거나 고발이 없어 공소가 기각됐다.
뇌물수수 혐의는 일부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삼성이 대납한 다스 미국 소송비 59억원 상당을 뇌물로 봤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 등을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국회의원 등에게서 ‘자리 청탁’의 대가로 받은 36억원 가운데 23억원도 대가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지광스님 등에게서 받은 10억원은 뇌물로 판단되지 않았다.
국가정보원(국정원) 특수활동비(특활비) 7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4억원만 국고손실 혐의의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뇌물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다.
이 전 대통령이 설립한 ‘청계재단’ 소유 빌딩에서 청와대 문건 등이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는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에 위배된다고 판단,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기소할 때 원칙적으로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대통령 기록물이 공소사실과 무관하다는 점 등이 이유가 됐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를 사실상 지배하면서 349억원을 횡령하고 31억원대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통령 재임기간 삼성전자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으로부터 110억원대의 뇌물을 챙긴 혐의도 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50억원, 추징금 111억여원을 구형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