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보러 왔어요”… 한국 축구 부흥, 여성팬이 이끈다

“이승우 보러 왔어요”… 한국 축구 부흥, 여성팬이 이끈다

“이승우 보러 왔어요”… 한국 축구 부흥, 여성팬이 이끈다

기사승인 2018-10-13 05:47:00
“축구장은 처음인데, 이승우 선수 보러 왔어요.”

12일 한국 축구국가대표팀과 우루과이의 A매치 평가전이 열린 상암월드컵 경기장. 경기 시작 시간(오후 8시)이 4시간이나 남았는데도 경기장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고개를 돌리면 붉은 뿔 모양의 형광 머리띠를 쓰고 삼삼오오 모여 있는 축구팬들을 볼 수 있었다. 각자가 응원하는 선수들을 위해 준비한 플래카드도 눈에 띄었다. 

이날 우루과이전은 입장권 판매개시 3시간 만에 6만4174석이 모두 팔렸다. 지난달 코스타리카, 칠레전에 이은 3경기 연속 매진 기록이다. 대표팀 경기 입장권이 판매 첫날에 매진된 건 2003년 4월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경기 이후 15년만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던 한국 축구는 독일전 승리를 시작으로 사랑을 되찾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황의조, 이승우 등 새로운 스타를 탄생케 했다. 여기에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치른 2차례의 평가전(코스타리카·칠레)을 각각 승리와 무승부로 장식하면서 부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15일 천안에서 치러지는 파나마전도 큰 변수가 없다면 매진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의 활약 덕분이기도 하지만 한국 축구의 유례없는 부흥기에는 10~20대 여성팬들이 기여한 바가 크다. 

이들은 축구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아이돌 가수를 응원하듯 선수들을 목 놓아 부른다. 선수 관련 상품 등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여는 것도 바로 이들이다. 실제로 이날 경기를 찾은 이들 대부분이 10~20대의 젊은 여성들이었다. 특히 교복을 입은 앳된 학생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승우를 응원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이날 경기장을 찾은 김 모(16) 양은 “직접 경기를 보러 온 건 처음”이라며 “이승우를 응원하러 왔다”고 전했다. 수원에서 한 걸음에 달려왔다는 김이정(17) 양은 “김문환이 귀여워서 찾아왔다. 오늘 꼭 출전했으면 좋겠다”며 플래카드를 흔들어보였다.

경기 도중에도 여성팬들의 존재감은 돋보였다. 협회가 전광판을 통해 데시벨 측정기로 관중의 함성을 유도하자, 여성팬들은 떠나갈듯이 함성을 내질렀다. 

이들의 응원에 대표팀도 보답했다. 세계 5위의 강호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뒀다.

일부 축구팬들은 스타들에 매료된 여성 팬들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이들은 축구에 관심이 없고, 따라서 관심도 금방 시들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여성팬들의 증가는 한국 축구에 있어 긍정적이다. 프로야구 역시 여성팬을 노린 마케팅으로 8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유행처럼 경기장을 찾은 여성팬 중의 일부만이라도 K리그를 찾아준다면 그것 나름대로 반가운 일이 아닐까.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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