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이 감사원과 기획재정부의 징계 요구를 묵살하고 징계 대상자를 승진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 2014년 3조 원대의 대출 사기가 일어난 ‘모뉴엘 사건’ 징계 대상자 가운데 30%는 오히려 진급했다. 제 식구 감싸기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008년 이후 감사원으로부터 징계 또는 주의 요구를 받은 수출입은행 직원은 총 68명인으로, 이 중 징계는 총 13명이었다. 나머지 55명은 주의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징계 또는 주의를 받은 직원 중 승진한 직원 37명으로 절반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성동조선해양 관리실태 감사에서 감사원이 4명을 지정해 경징계 이상 요구했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은 징계를 하지 않고 전부 주의로 끝냈다.
당시 경징계 대상자인 선박금융부 팀장은 G2에서 G1으로 승진했고, 현재 준법법무실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남모 전 전무이사는 2009년 여신총괄부 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여신상담기록 관리 불철저를 이유로 주의를 받고도 승진 후에 퇴직했다. 설모 전 상임이사도 2011년 중소기업지원단장으로 근무하면서 히든챔피언 기업 선정 부적정을 사유로 주의를 받고도 승진 후에 퇴직했다. 홍모 전 전무이사도 2015년 수출금융본부장으로 근무하며 성동조선해양 사후관리 부적정 등으로 주의를 받고도 승진 후 퇴직했다.
수출입은행은 기획재정부 징계요구도 마찬가지로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다.
기획재정부는 2011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117명에 대하여 징계를 요구했다. 이 중 징계를 받은 사람은 13명으로 10%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 104명은 주의나 경고를 받았으며, 이 중 승진한 직원은 27명으로 5명 중에 1명꼴로 승진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모뉴엘 사기사건으로 수출입은행 직원 57명을 징계대상자로 통보했는데, 수출입은행은 이중 고작 5명만 징계했다. 모뉴엘 사기사건 징계대상자 57명 중 17명이 승진했다.
감봉 1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팀장은 현재 무역금융실장으로 승진했고, 사건 당시 총괄사업부장이었던 홍모씨, 녹생성장금융부장이었던 김모씨는 각각 경고를 받고도 2015년 5월 및 7월에 각각 전무이사와 상임이사로 승진했다.
모뉴엘 사기사건 관련해 이덕훈 전 행장 취임 후에도 모뉴엘 수출서류 위조는 지속됐고, 행장 비서실장은 구속되었는데도 정작 이덕훈 전 행장은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았다.
박영선 의원은 “모뉴엘 사기사건 등 직원들에게 대한 징계 또는 주의 요구에 대하여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 보니 오늘날의 성동조선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라며 “모뉴엘 대출 사기사건 연루자 등 그간 징계 대상자들에 대한 응당한 처벌 여부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앞으로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한 수출입은행의 징계 기준을 명확히 세우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