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프로농구 창원 LG의 센터 김종규의 등번호는 32번이었다. 프로 데뷔부터 달았던 15번을 내려놓고 현주엽 LG 감독의 현역 시절 등번호인 32번을 선택했다.
그는 당시 등번호를 바꾼 이유에 대해 “감독님의 현역 시절 플레이를 닮고 싶어 선택했다”며 “32번에 어울리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지난 시즌 LG는 9위에 머물렀고 김종규도 부상 등에 시달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재활에 집중하며 몸을 만든 김종규는 등번호도 다시 15번으로 바꾸며 자존심 회복을 노렸다.
공교롭게도 등번호를 바꾸자 김종규의 기량도 돌아왔다.
득점과 블락슛 모두 지난 시즌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리바운드도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다.
1일 KGC와의 경기가 끝난 뒤 만난 김종규는 “32번을 달았는데 부족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감독님 번호에 먹칠을 한 것 같다 생각했다”며 올 시즌 등번호를 바꾼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상의도 없이 번호를 바꿨더라’는 현 감독의 말을 전달하자 김종규는 “감독님께 찾아가서 ‘더 농구를 잘할 수 있을 때 다시 번호(32번)을 달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분명히 말씀드렸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랬을 리 없다”고 웃으며 의혹을 부인했다.
언젠가는 다시 32번을 달겠다고 말한 김종규지만 속내는 달랐다.
그는 32번으로 번호를 바꿀 구체적인 시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등번호를 바꾸고 나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15번에 그간 정도 많이 들었고 주변에서 15번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해줬다”며 말을 돌렸다. 그럼에도 취재진의 추궁이 계속되자 그는 “부담도 적어진 것 같아서 당분간은 계속 15번을 달 것 같다”며 백기를 들었다.
한편 LG는 15번을 달고 돌아온 김종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LG는 현 감독 부임 이후 첫 3연승을 달리며 1일 기준 리그 2위로 올라섰다. 김종규가 골밑에서 든든히 버텨주면서 앞선 선수들의 타이트한 수비가 가능해졌다. 외곽포는 덤이다.
현 감독은 “김종규가 계속 이렇게만 해준다면 어떤 팀에게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창원ㅣ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