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귤 상자에 귤만 들었을까”…한국당에게 ‘북한’이란?

[친절한 쿡기자] “귤 상자에 귤만 들었을까”…한국당에게 ‘북한’이란?

“귤 상자에 귤만 들었을까”…한국당에게 ‘북한’이란?

기사승인 2018-11-12 13:48:59

“집권하면 국가보안법 폐지할 것이냐” 

지난 대선 당시 TV 토론회에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국가보안법은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규제하는 법입니다. 북한을 찬양하거나 지지하는 이들을 처벌하는 근거가 되기에 존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부 보수층에서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입장을 ‘사상 검증’의 잣대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수세에 몰렸던 한국당은 선거 기간 내내 문 대통령을 ‘친북좌파’로 규정하며 유세를 진행했습니다. 

대선이 끝난 후에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국당의 표적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귤이 문제입니다. 청와대는 11일 북한 측에 제주산 귤 200t을 선물로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것에 대한 답례입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군 수송기로 북에 보냈다는 귤 상자 속에 귤만 들어있다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라며 “그들은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수억 달러를 북에 송금한 전력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고위층이 북한 인사와 접촉하면서 난 화분 2개를 가져갔다고 했으나 트렁크 40여개를 가져간 사실이 들통났다”며 “(문 대통령도) 의심받을 만한 위험한 불장난을 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덧붙였죠. 

같은 당 나경원 의원은 ‘귤이 탱자가 된다’는 귤화위지 고사성어를 언급하며 “유엔 인권결의안 관련 우리나라를 겁박하는 북한과의 교류가 어떤 성과를 불러올지 의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송희경 한국당 원내대변인도 “귤 북송은 국제사회의 흐름과 완전히 엇박자를 보인 것”이라며 “감성팔이 행보에 국민들은 피곤함을 넘어 우려와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한국당의 귤 북송 관련 발언을 두고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질타가 나왔습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홍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너무 나갔다”며 성토했습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과일 상자에 엉뚱한 물건을 담는 것은 한국당 전문”이라며 과거 한나라당(한국당의 전신)이 대기업으로부터 ‘사과상자’에 담긴 거액의 현금을 받았던 사실을 비판했습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의 ‘북한 때리기’가 남북관계에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 관련 사안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며 날을 세워왔습니다. 북한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평양올림픽’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2월 천안함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을 막겠다며 통일대교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당시 열린 군사회담에 김 부장이 참석했던 것이 알려지며 ‘적반하장’이라는 빈축을 샀습니다. 북한을 편의에 따라 정쟁의 도구로 쓴다는 비판을 받았죠. 네티즌들은 “북한이 없으면 한국당은 존속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을 내놨습니다. 

한반도는 현재 평화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정상회담이 미뤄지며 북·미관계는 다시 삐걱대는 형국입니다. 우리나라의 가교 역할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강경한 대북정책은 어떠한 성과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외려 북핵 위기와 대화의 단절을 불러왔을 뿐입니다. 무엇이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는 일인지 한국당은 다시 한번 곱씹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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