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우리의 밥그릇 빼앗으려 한다.”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택시업계가 외치는 말이다. 카풀은 정말 택시기사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걸까.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7일 ‘카카오 T 카풀’ 베타테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정식 서비스는 오는 17일 개시할 예정이다. 지난 2월 카풀업체 ‘럭시’를 인수하며 카풀 서비스 검토에 나선 지 10개월만이다. 이렇듯 카카오 측은 진작 카풀 서비스 출시 준비를 끝냈지만,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로 선뜻 ‘스타트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그동안 해당 문제를 두고 카카오와 택시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논의를 함께 해왔다. 그러나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카카오 측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택시업계의 엄청난 반발이 예고됐다. 실제로 10일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던 한 택시기사가 국회 앞에서 분신 시도를 하다 숨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라는 말처럼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전통 산업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방향성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이를 한쪽에서는 ‘혁신’이라 부르고, 다른 한쪽에서는 ‘파괴’라 부른다. 택시 문제도 마찬가지다. 택시기사들의 주장은 ‘카풀이 택시업계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택시업계의 주장과는 달리 사실 카카오가 밥그릇을 빼앗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2015년 4월 카카오 택시가 출시된 이후 택시기사들은 편하게 고객을 태울 수 있었다. 카풀의 경우에도 택시 승객을 가로채기보다는 수요에 비해 부족한 택시 공급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 측에 따르면 출근 시간대인 평일 오전 8~9시, 카카오택시 호출 건수는 평균 20만 건에 달하지만 가동 중인 택시는 2만 대에 불과하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전통산업들은 종종 신산업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IT기업, 그중에서도 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대기업들은 주된 공격대상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기술 발전으로 인한 특혜를 본 만큼 공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5일 열린 ‘2018 인터넷기업인의 밤’ 행사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언급됐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파괴는 저희가 만드는 것이 아니고 수요에 의해 스스로 시장에서 파괴된다”며 “플랫폼의 역할은 스스로 파괴해 혁신이 필요한 부분을 잘 읽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산업이 전통산업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기보다는 일의 효율을 높여주는 점과 같은 개념이다.
물론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 밀려나는 산업에 대한 안전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동등한 경쟁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거나 변화를 맞이할 시간을 주는 등의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 전에 ‘왜 밀려나게 됐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여론은 이미 택시업계 편이 아니며, 카카오는 충분한 시간을 부여했다.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활보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카풀은 결국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다. 지금껏 다른 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택시업계 스스로가 밥그릇을 내려놓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