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이 시작됐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실소유주 여부와 국고손실죄 적용을 두고 날선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는 12일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증인 20여명을 대거 신청했다. 검찰 측과 조율해 각 증인을 재판정에 세울지 결정한다.
항소심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은 다스 실소유 인정 부분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실소유주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해왔다. 지난 1심 선고 이후에도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다스 설립자본금을 송금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재판부가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의 말을 더 타당하게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증인을 대거 신청한 것도 적극적으로 무죄를 주장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쟁점은 국가정보원(국정원) 특수활동비(특활비)가 국고손실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 7일 항소심 재판부에 “특가법의 국고손실죄 조항 등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전 대통령을 국고손실죄로 인정하게 한 법 조항이 모호해 ‘확대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특가법 제5조에 따르면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사람이 국고 등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횡령죄를 범한 경우 가중처벌 한다. ‘회계관계직원 등’의 범위에는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도 포함된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건넨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 판단, 국고손실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향후 이 전 대통령의 국고손실죄가 무죄로 인정돼 형량이 감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1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는 박근혜 청와대에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한 혐의를 받는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국정원장은 회계직원이 아닌데 특가법이 적용된 것은 1심 재판부가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특가법이 아닌 일반적인 통상의 횡령 범죄에 따라 처벌하기로 했다”며 원심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남 전 원장에게는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던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도 각각 징역 2년6개월로 형량이 줄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16가지 혐의 중 7개를 유죄 또는 일부 유죄로 판단,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일부 공소사실이 무죄로 판단된 것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 전 대통령은 유죄로 판단된 부분 전부에 대해 항소하기로 했다.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사실상 1심 전반에 대해 다시 살펴보게 됐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