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사무관이 고려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게재했다.
신 전 사무관은 3일 오전 11시19분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 “마지막 글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신 전 사무관은 “아버지 어머니 정말 사랑하고 죄송하다. 그래도 전 잘 한 것 같다”며 “더 긴 유서는 신림동 집에 있다.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친구가 올려줄 것이다. 모텔에서 쓴 이유서도 어떻게든 공개됐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제가 죽어서 좀 더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며 ‘내부 고발을 인정해주고 당연시 여기는 문화’와 ‘비상식적인 정책결정을 하지 않고 정책결정 과정을 국민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꼽았다.
고발 이유에 대해서는 “이걸 말하지 않으면 다른 것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채의식이 있었다”며 “퇴사하고 6개월 동안은 정말 폐인 그리고 쓰레기처럼 살았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정말 말하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아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전 사무관은 “다들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하는데 그게 미수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있다”며 “부총리가 대통령 보고를 원하는 대로 못 들어가고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KT&G 사장 교체 의혹에 대해서도 “민간기업 CEO 인사에 개입하는 것이 정당한 주주권 행사냐”면서 “그렇다면 왜 당시 우리 부는 숨기면서 일을 했느냐. 정말 이 정도 개입이 괜찮다고 생각했으면 국민들에게 공개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고발 방법이 잘못된 것 같다는 언급도 있었다. 신 전 사무관은 “(제가 지적한 문제는) 행정 내부에 대한 것으로 근거가 있었다”며 “메신저인 제가 너무 경박하게 행동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전 사무관은 자신의 극단적인 선택이 강요나 외압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전 8시20분 신 전 사무관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여성청소년 수사팀과 강력팀을 투입,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는 등 신 전 사무관의 동선을 추적 중이다.
앞서 신 전 사무관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통해 정부의 KT&G 사장교체 시도와 적자 국채 발행 압력 의혹을 제기했다. 2일에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국고채 발행계획 보도자료 취소를 요구한 인물로 차영환(현 국무조정실 2차장)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목했다. 신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직접 국·과장에게 전화해 (적자 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기로 한) 보도자료를 취소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같은 날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