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국정원)이 박근혜 정부에 상납한 특수활동비 일부가 ‘뇌물’로 인정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4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항소심에서 각각 실형과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은 징역 1년6개월,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은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1억원, 추징금 1350만원을 선고받았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1억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원장들로부터 특수활동비 35억원을 상납받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지난 2016년 7월까지 매달 5000만~2억원씩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 2016년 9월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 2억원을 받아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넨 혐의가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6개월, 안 전 비서관에게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2700만원, 정 전 비서관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판단하지 않았다. 횡령과 국고손실죄만 유죄로 봤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이 전 국정원장이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보낸 2억원은 대가성이 있는 뇌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기존에 매달 상납한 특수활동비가 이 전 비서관의 관리하에 사용됐던 것과 달리 이 돈은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사용됐다”며 “어떤 특혜를 준 적이 없더라도 대통령의 직무에 관해 교부한 뇌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박 전 대통령의 특수활동비 관련 선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1심에서 특수활동비 관련 33억원의 국고 손실 혐의만 유죄로 인정받았다. 재판부는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향후 열릴 항소심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가 인정된다면 형량이 더 추가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로 징역 6년, 공천 개입 혐의로 징역 2년이 추가됐다. 박 전 대통령에게 선고된 형량은 총 33년이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