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언더 더 씨’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여학생을 성적으로 대상화했다는 비판을 받은 소설가 강동수가 “소설 전체 맥락을 무시하고 의도적으로 왜곡한 지적”이라며 반박했다.
‘언더 더 씨’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여학생 ‘나’가 바다 밑을 유랑하는 여정을 그린다. 문제가 된 구절은 ‘나’가 생전에 자두를 먹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내 젖가슴처럼 단단하고 탱탱한 과육”이라고 표현한 대목이다.
누리꾼들은 여학생이 자신의 가슴을 ‘젖가슴’이라고 표현하거나 과일의 싱싱함에 빗대지 않는다면서, 강 작가가 화자인 여학생을 성적 대상으로 묘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강 작가는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려 해명했다.
그는 “소설 속 한 구절을 들어 어떤 극렬(?) 편향적인 페미니스트 카페 회원들이 문제를 삼았던 모양”이라면서 이를 최초로 보도한 서울신문 기사를 “텍스트의 본질과 상관없는 지라시 수준의 글”이라고 비판했다.
강 작가는 생명력의 표상인 여학생이 뼛조각으로 발견된 참혹함을 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소설 첫 대목에 여학생의 몸에 대한 묘사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무구하고 생기발랄한 젊디 젊은 여학생의 생을 상징하는 문학적 장치로서, 단단하고 탱탱한 자두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서두의 그 구절은 바닷물을 떠돌아다니느라 교복 스커트가 삭아 해어지고 불가사리에 종아리를 한 움큼 파 먹히는 대목의 묘사와 연결된다”며 “그리고 뼈 한 조각으로 남은 그 푸르디 푸른 생명에 대한 연민과 비탄, 그리고 그런 상황으로 몰아간 우리 사회의 무능, 비겁, 야마에의 고발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과 자신의 소설을 둘러싼 비난에 대해선 “이런 편향성과 무지는 지나치지 않나”라고 성토하며 “어떻게 집단의 폭력으로 한 작가의 입을 막으려 드는지, 표현의 자유를 목죄려는지 우리 사회 일각의 반지성주의가 끔찍하다”고 지적했다.
‘언더 더 씨’를 출판한 호밀밭출판사는 “지금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이런 맥락을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다”면서 서울신문에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가, 논란이 커지자 독자의 의견을 더 듣고 다시 입장을 내놓겠다고 했다.
호밀밭출판사는 지난 6일 SNS에 올린 글에서 “서울신문 기사의 제목이 대단히 선정적이며 ‘논란에 휩싸였다’ 같은 표현을 자의적으로 쓴 것도 해당 기자의 개인적인 감정이 정제되지 않고 담긴 것이라 판단한다”며 “더 아쉬운 대목은 해당 기자가 이런 자극적인 기사를 쓰면서 그 의도에 대해 작가나 출판사 어디에도 질문 한 마디 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표현에 대해선 강 작가와 뜻을 같이 했다. 여학생의 가슴을 묘사한 것은 “젊음의 생기로 가득했던 한 생명이 한 조각 뼈로 변해버린 현실에 대한 메타포 중 일부”라는 설명이다.
다만 입장 발표 이후에도 누리꾼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자, 호밀밭출판사는 이날 밤 SNS를 통해 “더 듣고, 더 살펴보려 한다.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조만간 다시 글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