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의 죽음 이후 한 달이 흘렀다. 일명 ‘김용균법’이 통과됐으나 노동계에서는 책임자 처벌과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대표단)은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청와대는 진상을 규명하고 외주화를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사회는 아직 문을 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고 상시업무를 맡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죽음의 구조적인 원인을 밝혀 원청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지난달 27일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된 법안에는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일부 사업장의 도급 제한, 하청의 재하청 금지, 작업중지권 보장, 보호 대상 확대, 산업재해 예방계획의 구체화 등이 담겼다.
다만 ‘또 다른 죽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금과 수은 등 유해 위험한 업무에 대한 도급이 금지됐으나 대상은 협소하다. 22개 사업장 800여명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김씨와 ‘구의역 사건’의 김모군은 법 적용 대상에 들지 못했다. 산업재해 사망에 대한 원청업체에 대한 처벌도 후퇴했다는 주장이 인다. 벌금은 강화됐으나 형사처벌 규정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대표단은 김용균법보다 좀 더 진전된 대안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고 김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기간제법·파견법에 대한 정부의 입장 ▲불법파견 사업장에 대한 처벌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면담 의사 등을 문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질의했다.
대표단으로 활동 중인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연대 상임활동가는 “정부가 불법파견에 제대로 대응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처벌을 하지 않고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청와대가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단은 지난달 11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과 만납시다’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같은 날 새벽 숨진 고 김씨는 해당 기자회견에 참가 신청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단에 따르면 청와대 측은 ‘요구사항이 무엇이냐’고 물은 후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