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남댁’ 권영미씨가 ‘다스 실소유주’ 관련 진술을 번복했다.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으로 의심받았던 남편 고(故) 김재정씨의 다스 주식과 부동산 등은 온전히 남편의 것이라는 주장이다.
권씨는 11일 오후 2시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 심리로 열린 이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권씨는 이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들어서자 일어나 예우를 표했다. 재판 시작 전, 이 전 대통령을 바라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권씨는 앞서 검찰 조사에서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는 이 전 대통령이 유죄를 선고받는 근거가 됐다. 1심 재판부는 “권씨는 고 김씨가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이라고 시인했다”며 “고 김씨 사망 당시 권씨의 의사와 무관하게 다스 지분의 5%가 청계재단으로 이전됐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권씨는 이날 재판에서 검찰 조사 당시 진술을 대부분 뒤집었다. 증인석에 앉은 권씨는 ‘고 김씨의 재산이 누구의 것이냐’는 이 전 대통령 측의 질문에 “남편의 재산은 남편이 저에게 물려준 제 것이다. 남편의 재산 중 제가 사용하지 못 하는 재산은 없다”며 “이 전 대통령은 남편의 재산이 자신의 것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권씨는 “남편이 지난 1980년대 중반 자동차 부품회사의 전망이 좋아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며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는의 설립자가 남편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어 “남편이 죽고 난 후, 남편 소유의 부동산 내역에 대해서 모두 알고 있었다”며 “우리나라는 땅이 좁기 때문에 땅은 보유하고 있을수록 좋을 것이라 생각해 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고 김씨 사후 다스의 주식 중 일부를 청계재단에 기부한 것 또한 본인의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청계재단은 이 전 대통령이 설립한 장학재단이다. 권씨는 “남편이 살아있을 때 ‘남을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한 삶’이라고 말했다”면서 “회계법인이나 이병모 전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재단에 기부하면 세금을 덜 낼 수 있다’고 해서 제가 최종 결정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였냐’는 질문에 “대통령께서는 한 번도 저에게 돈 이야기를 하신 적이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조사에서 고 김씨를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이라 말한 것은 ‘오해’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씨는 “남편이 이 전 대통령 소유의 영포·영일빌딩 등의 임대료를 관리했다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청와대가 고 김씨의 재산을 파악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는 제 남편을 피붙이보다 아꼈다. 매우 각별한 사이였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11번의 검찰 조사 과정에서 남편의 재산이 제 것이 맞다고 하면 수백억원의 재산세가 나올 것이라는 검찰의 압박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검찰 측은 이어진 증인심문에서 다스 실소유 관련 공세를 펼쳤다. 검찰은 권씨가 다스 주주총회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던 점, 배당금 지급률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점 등에 대해 추궁했다. 권씨는 “서류와 숫자에 약하다” “당시에는 잘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고 김씨와 권씨의 자녀들이 다스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저희 아이들은 다스를 어떻게 하겠다고 의사표현을 한 적이 없다. 엄마를 존중해왔다”고 이야기했다.
권씨는 검찰 측이 증거로 제시한 ‘장부’ 등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해당 장부에는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돈을 받아 고 김씨 소유 부동산의 재산세를 낸 내역이 기재돼 있었다. 권씨의 사인도 함께 적혀 있었다. 권씨는 “제가 사인을 한 것은 맞는데 남편이 병원에 있어 정신이 없을 당시에 한 것이라 내용을 알지 못 한다” “제가 사인을 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 한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고 김씨의 재산이 자녀를 권씨에게 모두 상속된 부분을 지적했다. 향후 자녀에게 또 다시 권씨가 물려줄 시 상속세가 ‘이중과세’된다. 이에 권씨는 “제가 무지해서 상속세를 한 번만 내면 되는 줄 알았다”며 “회계법인 등에 관련 내용을 묻지 않아서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16가지 혐의 중 7개를 유죄 또는 일부 유죄로 판단,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판단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