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를 원하는 이유가 껍질뿐인 거라면 (중략) 사라져줘, 맨 고(Man Go)” 그룹 티아라 출신 가수 효민은 홀로서기 후 처음 발표한 노래 ‘망고’에서 스스로를 망고에 비교했다. 자신이 망고처럼 향기롭고 달콤해서가 아니다. 효민은 노래에서 “시고 떫은”, 하지만 “심지 곧은” 망고가 됐다. 날씬한 몸매를 과시하며 “여자라면 누구나 노출을 원해요”(‘나이스 바디’ 가사)라고 하던 5년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내 갈 길을 가겠다는 가사 내용이 당시 제 생각과 비슷했어요.” 최근 서울 논현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효민은 “대중성보다는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이 우선으로 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20일 공개한 ‘으음으음’(U Um U Um)도 그렇다. 효민은 ‘여름에 어울리는 노래’라는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이 곡을 겨울에 내기로 결정했다. ‘댄스곡은 왜 꼭 여름에 나와야 하는데?’란 반발이 들어서였다.
10년간 몸담았던 MBK엔터테인먼트와 지난해 결별한 효민은 신곡 제작을 위해 발로 뛰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A&R 전문 레이블에 곡을 의뢰해 해외 작곡가의 곡을 받았다. 가사도 직접 수집해 골랐다. ‘망고’를 작사했던 황유빈과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댔다. 효민이 특히 좋아하는 가사는 설레는 마음을 파도에 비유한 구절이다. “일렁이는 마음을 ‘인 럽 인 럽’(in love in love)이라고 표현한 재밌었어요.” 노래의 콘셉트는 에메랄드. 치유와 부활을 상징하는 색이다. 효민은 “편안함을 주는 에메랄드 색깔처럼, 듣기 편한 노래”라고 소개했다.
다음달 발매할 미니음반은 빨간 색을 테마로 한다. 효민은 정열의 상징인 빨강을 색다르게 조명하려고 고민하는 중이다. “시각적으로 예쁜 걸 좋아한다”는 그는 이번 음반을 기획하며 노래에 색깔을 입히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노란색을 테마로 한 ‘망고’가 그 시작이었다. 효민은 “음원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색깔로 노래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며 “덕분에 (이 기획을) 좀 더 해볼 힘을 얻었다”고 했다.
“티아라로 활동할 땐 우리만의 색깔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팀은 ‘청순돌’ ‘섹시돌’ 같은 별명이 있었는데, 우린 늘 애매하다고 느꼈죠. 팀 안에서 솔로 활동을 할 땐,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무조건 파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뻔한 말이지만 흰 색의 가수가 되고 싶어요. 뭔가를 그리고 입히고 지울 수도 있는 가수요. 그동안은 계속 채우려고만 했거든요. 이젠 여유를 갖고 싶어요.”
효민은 지난해 성장통을 겪었다. MBK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이 끝난 뒤였다. 갓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그는 혼란스러웠다. “남들은 뭔가를 ‘시작’하는 시기인데, 저는 ‘다음’을 생각해야 했어요. 그게 서글프더라고요.” 그는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것이 있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누군가는 자신의 꾸준함을 기억해줄 거라고 효민은 믿는다.
티아라로 활동하며 누렸던 영광의 시간도 그가 잊지 않는 것 중 하나다. 당시의 기억에 위안을 받기도 한다. 멤버들도 효민에게 ‘네 덕분에 티아라가 한 번이라도 더 언급된다’며 응원해준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는 이들은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고심 중이다.
“제가 솔로 활동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적은 없잖아요. ‘망해도 계속 나온다’고 말하는 사람도, ‘요즘 애들은 너를 몰라’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상처를 받을 때도 있지만, 그것 때문에 ‘나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열심히,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어요? 제게 필요한 건 ‘꾸준히 음악하더라. 도전하더라’는 작은 인정, 그것뿐이에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