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폭행·경찰 유착 의혹까지 불거진 클럽 버닝썬 논란이 이들에 임대를 내준 르메르디앙 호텔까지 옮겨붙고 있다. 호텔 측이 이를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에도 대해서도 수사를 해야 한다는 세간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성현 전 메르디앙 호텔 등기이사가 버닝썬의 대표이사로 재직한 것으로 드러나 ‘유착’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르메르디앙 호텔은 지하 1층의 버닝썬에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았음에도 지난 14일 서둘러 임대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찰 수사와 커지는 논란에 따른 이미지 타격이 부담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호텔 측은 버닝썬의 여러 의혹이 터져 나올 때부터 버닝썬에 영업 중단을 계속 요구했지만 클럽은 이를 듣지 않고 영업을 강행했었다.
이에 르메르디앙이 버닝썬과 계약을 해지한 것에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동안 르메르디앙은 버닝썬의 수익 일부를 임대료로 받아왔다. 클럽의 수익이 높아지면 호텔 매출도 느는 구조다. 사실상 버닝썬의 수혜를 받아온 것인 만큼, 호텔도 논란에서 자유롭긴 힘들어 보이는 이유다.
여기에 ‘물뽕’으로 의식을 잃은 여성들에 대한 성범죄가 버닝썬 바로 위층인 호텔에서 자연스레 이뤄졌던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호텔에 쏟아지고 있다.
자난 13일 MBC의 보도에 따르면, 자신을 버닝썬의 VIP라고 밝힌 한 고객은 작년 11월 약에 취한 여성을 클럽 직원과 남성 손님이 호텔로 억지로 끌고 가는 모습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 고객은 “(VIP들이) 버닝썬에서 물뽕을 하고 그러다가 여성들을 강압적으로 호텔 위로 끌고 올라가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고 말했다. 버닝썬 VIP들이 여성들을 데리고 호텔을 자주 이용했다는 증언이다.
마약을 호텔 측이 묵인한 정황도 나왔다. 버닝썬의 클럽 가드로 일했던 직원들은 호텔 1층 로비의 장애인 화장실을 단체 마약 흡입 장소로 꼽았다. VIP 고객 여러 명이 한꺼번에 화장실로 몰려가 약을 했고, 망을 봐줬다고도 주장했다. VIP고객들이 화장실을 나올 때 눈이 풀리거나 비정상적으로 비틀거렸다고 말했다.
MBC 보도에 의하면 르메르디앙 호텔 직원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 호텔 직원은 “술을 먹고 비틀거리는 것과 다른 것으로 비틀거리는 것은 차이가 난다”면서 “눈이 완전히 풀린다. 실려 나오다시피 한다. 남자와 여자가 오는 경우 남자가 양쪽에서 부축해서 나온다”고 말했다. 또 “이런 일이 자주 있어서, 호텔의 다른 직원들도 모두 아는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호텔 측도 클럽 고객들이 호텔 내 화장실을 이용하며 수상한 행동을 했다는 사실을 모르기는 힘들어 보인다.
수년간 호텔에서 근무해 온 타 호텔 관계자들도 “호텔 로비 화장실에서 마약을 했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파문이 커질 것”이라며 “그 자체가 황당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어 “서비스가 민감한 것이 호텔업계다. 사소한 일이라도 윗선에 보고됐을 것”이라면서 “새벽에 당직 근무자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의혹이 짙어지는 부분은 이성현 전 르메르디앙 호텔 등기이사가 버닝썬 대표이사로도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버닝썬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대표이사는 전 메르디앙 호텔 등기이사인 이성현씨와 다른 이모씨, 사내이사는 강모씨와 연예인 승리 이승현씨다. 호텔 클럽 유착 의혹이 계속 불거지는 주 이유다.
이에 르메르디앙 호텔 관계자는 "(버닝썬) 임대료가 버닝썬의 수익 일부를 받는 구조라 매출 감시 차원서 이성현 전 이사를 버닝썬 이사로 연계시켰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언급한 각종 의혹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도 없고, 고객 프라이버시에 민감한 것이 호텔 업계로,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며 “버닝썬에게 임대만 줬던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로비 장애인 화장실이 마약 투여 장소로 쓰였다는 보도에 대해선 “직원들 사이에서 루머가 돌았을 수 있다. 사실로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 달라”면서 “앞으로의 버닝썬 수사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메르디앙은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소유하고 있는 호텔 브랜드다.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한 브랜드로 전 세계에 105개 호텔이 운영 중이다. 웨스틴, 쉐라톤보다 높은 상위 브랜드다. 르 메르디앙 서울 호텔의 소유주는 전원산업 이전배 회장이다. 경찰은 앞으로 버닝썬의 마약 유통 등 각종 의혹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