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유통, 경찰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클럽 버닝썬이 호텔 르메르디앙 서울의 소유주 전업산업과 지분 관계가 얽힌 ‘특수 관계’로 드러났다. 호텔과 클럽이 '임대 이상'의 관계로 확인된 만큼, 향후 전원산업까지 수사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르메르디앙은 버닝썬의 각종 의혹에 대해 “임대만 준 관계”라고 주장해 왔었다.
25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버닝썬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이모씨를 소환 조사했다. 앞서 그는 르메르디앙의 운영법인인 전원산업의 전 등기이사로도 확인돼, 버닝썬의 실소유주가 호텔이라는 의혹이 계속해서 불거졌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전원산업의 201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전원산업은 버닝썬 엔터테인먼트에 2100만원을 출자한 상태였다. 버닝썬의 자본금이 50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고서 발간 시점, 전원산업의 지분율은 무려 42%에 달한다. 또 보고서에는 전원산업이 버닝썬 엔터테인먼트에 10억원을 대여한 것으로도 나와 있다.
앞서 르메르디앙은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았음에도, 지난 14일 버닝썬에 서둘러 임대계약 해지를 통보한 바 있다. 의혹이 호텔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꼬리 자르기가 아니었냐는 세간의 지적이 이어졌다. 당초 르메르디앙은 여러 의혹이 터져 나올 때부터 버닝썬에 지속적으로 영업 중단을 요구했지만 버닝썬은 이를 듣지 않고 영업을 강행했었다. 통보 이후 버닝썬은 어떤 반발도 없이 순순히 철거를 시작했다.
전원산업과 버닝썬이 단순 임대차 관계가 아닌, 버닝썬 운영에 전원산업이 상당부분 관여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호텔 측은 이모 전 등기이사가 버닝썬의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던 것에 대해 “버닝썬의 수익 일부를 임대료로 받는 구조라, 매출 감시 차원에서 (버닝썬) 대표이사로 연계시켰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오히려 ‘경제 공동체’가 아니었냐는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논란이 거세지자 그는 이달 전원산업 이사직에서 사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모 전 등기이사는 강남경찰서 경찰관 등에게 뇌물을 공여한 의혹도 받고 있다.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 사건 무마 의혹과 관련, ‘이모 공동대표로부터 2000만원을 받아 이 중, 230만원을 강남서 경찰관들에게 전달했다’라는 언론 제보가 나왔고, 경찰은 현재 그를 상대로 전직 경찰 강모씨에게 돈을 건넨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강모씨는 현재 모 화장품 회사 임원으로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의 ‘검은 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에 버닝썬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기 위해선, 르메르디앙 호텔의 소유주, 전원산업이 실제 버닝썬 운영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받고 있다.
한편 전원산업은 지난해 ‘갑질’ 논란으로 한차례 된서리를 맞기도 한 기업이다. 당시 전원산업 이모 회장은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운전기사를 해고했다는 지탄을 받았다. 또 골프장 식당에서 ‘콩국수 면발이 굵다’는 이유로 직원을 퇴사시켰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현재 이모 회장은 전원산업, 윈스톤 등의 계열사를 통해 르메르디앙,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 등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