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안이 너무나 커 연예계 은퇴를 결심했습니다. 수사 중인 사안에 있어서는 성실하게 조사를 받아 쌓인 모든 의혹을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이 사내 이사로 있던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을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연예계에서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승리는 지난 11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나 하나 살자고 주변 모두에게 피해 주는 일은 도저히 스스로가 용납이 안 된다”며 “YG엔터테인먼트와 빅뱅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나는 여기까지 인 것 같다”고 밝혔다.
◇ 성매매 알선 혐의에 ‘몰카’ 공유 의혹…승리 둘러싼 논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0일 승리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승리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성 접대를 시도한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가 지난달 연예매체 SBS funE를 통해 공개되자, 경찰은 지난달 27일 승리를 소환 조사하는 등 내사를 벌여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카카오톡 대화에는 가수 출신으로 활발하게 방송 활동 중인 A씨 등 연예인 여러 명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 중 일부를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어떤 대화 내용이 오갔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승리와 남성 가수 2명, 배우 박한별의 남편으로 알려진 유리홀딩스 대표 등 8명이 속한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불법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성관계 동영상과 사진이 공유된 흔적도 발견됐다. 경찰은 이와 관련한 내사에 착수했다. 해당 동영상이 어떻게 촬영돼 공유됐는지를 살펴볼 방침이다.
승리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11월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이 지난 1월 뒤늦게 알려지며 불거졌다. 이 클럽에서 마약 판매 및 유통, 조직적 성범죄 등이 벌어지고 경찰이 이를 봐준다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자 승리는 자신은 이 클럽의 홍보를 담당했을 뿐, 경영이나 운영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승리가 대만인 린모씨와 각별한 관계이고 클럽 전체 지분에 린모씨 등 승리 우호 지분이 50%라는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며, 그가 여러 부적절한 일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다시 일었다. 승리는 경찰에 나가 자신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조사받고 마약 검사까지 받았다. 마약 검사는 음성으로 나왔다.
◇ ‘카톡방’ 존재에 연예계 ‘초긴장’
나날이 커지는 논란에 연예계도 초긴장 상태다. 승리의 성 접대 시도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채팅방과 불법 동영상이 공유된 채팅방 등에 다른 연예인들이 포함돼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 채팅방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수 A씨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의혹을 부인했으나, 또 다른 연예인 B씨 측은 “확인이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지라시’를 통해 다수 연예인들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으나 진실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행여 승리와의 친분으로 불똥이 튈까 걱정하는 관계자들도 있다. 승리와 친한 연예인이 소속된 기획사는 행여 카카오톡 등에 불미스러운 대화를 나눈 흔적이 있을까 확인하는 분위기라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방송에서 보이는 이미지가 전부는 아니라곤 하지만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하다”며 우려스러워했다.
이은의 변호사는 불법 동영상과 사진이 공유된 카카오톡 채팅방에 있던 사람들에게 방조 내지는 공범의 혐의가 있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해당 채팅방은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온라인 게시판과는 성격이 다르다. (불법 촬영물을) 전달 받는 방이 아니라, 소수의 인원끼리 공유하고 있는 방으로 보인다. (불법 촬영물 공유가) 여러 차례 이뤄졌다면, 방조보다 공범에 가까울 수가 있다”며 “동영상을 보고 ‘누구야?’ ‘OO 형이구나 ㅋㅋ’와 같이 반응한 승리는 도의적인 책임뿐만 아니라 법적인 책임도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승리 은퇴로 끝날 문제 아냐…‘인성 교육’ 필요”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승리의 은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정 평론가는 “YG엔터테인먼트(YG)가 한 발 물러나 있지만, (사건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상식적으로 어렵다. 소속 연예인의 관리·감독에서 큰 구멍을 보인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서 YG 내에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YG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고 감당하느냐는 향후 YG와 지금 연루돼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평론가는 또 연예 기획사들이 소속 연예인을 위한 ‘인성 교육’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는 장치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교육’에 있다는 것이다. 정 평론가는 “아주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입문하다보니, 많은 연예인들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거나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다”면서 “실제로 인성 교육을 진행해보면 심리적인 상처를 가진 친구들이 많은데, 그런 상처가 제대로 치료되지 못하면 훗날 엇나가게 될 가능성도 크다. 사전에 사건·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인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