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무대에 오른 사람들이 춤을 춘다. 손님이 만원일 때는 테이블을 빼고 춤출 공간을 마련한다. 어두컴컴한 조명 속에서 술을 마시며 처음 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다. 실상 ‘유흥주점’과 다름없는 클럽의 풍경이다. 그러나 일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 클럽은 유흥주점이 아니다. 주거지역, 학교 앞에 어디든 설립될 수 있는 ‘일반음식점’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클럽이 ‘춤 허용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성업 중이다.
음향 시설을 갖춘 일반음식점에서 손님이 춤을 추도록 허용하는 것은 시행규칙 위반이다. 그러나 지난 2016년 2월부터 시행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는 예외조항이 붙었다. 도·시·군·구에서 별도의 조례를 지정할 경우, 안전기준과 시간 등을 정해 무대가 아닌 ‘객석’에서 춤을 추는 것은 허용됐다.
12일 기준, 일반음식점 춤 허용 조례를 제정한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서울 마포구·서대문구·광진구, 부산 진구, 광주 서구·북구, 울산 중구 등 총 7곳이다. 이들 지자체는 ▲유흥업소 종사자가 없는 경우 ▲별도의 무대가 없는 경우 일반음식점에서 춤을 허용했다. 지자체별로 등록된 춤 허용 일반음식점은 서울 마포구 43곳, 서울 서대문구 4곳, 서울 광진구 8곳, 부산 진구 10곳, 광주 서구 2곳, 광주 북구 5곳이다. 울산 중구는 조례를 허용했지만 아직 등록된 업소는 없다.
춤 허용 일반음식점은 조례가 제정됨에 따라 세제 혜택을 얻었다. 법에 따르면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은 유흥업소다. 유흥업소는 부가가치세 10%, 개별소비세 10%, 교육세 3% 등 수익의 23%를 세금으로 납부한다. 그러나 춤 허용 일반음식점은 요금의 10%만을 부가가치세로 내면 된다.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 조례가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쿠키뉴스 기획취재팀 취재 결과, 마포구 내 일부 업소에서는 무대 또는 별도의 춤 출 공간을 두고 영업 중이었다.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이지만 해당 업소들은 법망을 피한 셈이다. 이로 인해 ‘춤 허용 일반음식점’ 조례가 있는 7개 자치구 외 지역에서 영업하는 업주들, 그리고 유흥주점 업주들이 오히려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조례가 준주거지역과 주거지역에 ‘사실상’ 유흥업소가 들어서는 것을 허용했다는 점도 문제다. 준주거지역과 주거지역에는 유흥업소가 입점하지 못한다. 그러나 춤 허용 일반음식점들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되며 해당 지역에도 언제든 들어설 수 있게 됐다. 마포구의 경우, 춤 허용업소의 대부분이 준주거지역 또는 주거지역에서 영업 중이다. 교육환경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인다. 유흥업소는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대학 인근에 설립될 수 없다. 춤 허용 일반음식점은 가능하다.
지자체는 춤 허용 일반음식점에 대한 관리·점검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마포구 등의 조례에 따르면 지자체의 점검은 ‘의무’가 아니다. 조례 위반 기준도 모호하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클럽 내 무대가 위치했는지 여부는 공무원 재량에 따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마포구청 측은 조례 지정 당시 문제점과 점검 사항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애초부터 이처럼 ‘구멍 많은’ 조례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마포구는 앞서 언급된 시행령의 예외조항을 이끌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했다. 당시 마포구 홍대 클럽들은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뒤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영업정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해당 시행령 조항과 조례가 필요했다.
구는 홍대 클럽 살리기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포구청은 “홍대 클럽문화는 홍대 앞을 타 지역과 차별화된 곳으로 만든 고유문화”라고 설명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구는 지난 2014년부터 국무조정실,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민안전처 등 부처를 찾아 설득하고 규제 개선을 위해 수차례 회의를 열었다. 또 중앙정부 관계자들이 홍대 클럽을 방문하고 클럽 업주들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유흥업소 업주들이 위헌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결사반대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김세중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회장은 “춤 허용 일반음식점 조례는 ‘눈 가리고 아웅’ 격이다. 사실상 탈세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춤 허용 일반음식점들의 불법을 눈감아 준다면 누가 비싼 세금 내고 어렵게 유흥주점을 할 것인지 묻고 싶다.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춤 허용 일반음식점에도 유흥주점과 똑같은 조세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규 경희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일반 업소보다 더 화려하다는 등 추가 과세할 부분이 있어 유흥업소에 개별소비세를 더 부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례에서 춤 허용 일반음식점과 유흥업소를 구분 짓는 기준이 굉장히 애매하다”며 “춤 허용 구역을 제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모호한 기준이 합법화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준 당국의 잘못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해당 조례를 가장 처음 지정한 마포구청 측은 조례의 문제점과 점검 사항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쿠키뉴스 기획취재팀 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신민경, 지영의 기자 spotlight@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