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사건, 아무도 처벌받지 않고 끝날까

김정남 피살 사건, 아무도 처벌받지 않고 끝날까

기사승인 2019-03-14 05:30:00

‘김정남 피살 사건’이 가해자 처벌 없이 종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독살한 기소된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31·여)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말레이시아 측에 흐엉의 석방을 요청한 상태다. 이날 흐엉에 대한 석방 결과가 발표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흐엉의 석방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 11일 말레이시아 검찰은 흐엉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 국적자 시티 아이샤(27·여)에 대한 공소를 취하했다. 시티는 이날 즉각 석방된 후 인도네시아로 돌아갔다. 

흐엉과 시티는 지난 2017년 2월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에게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살인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들은 “얼굴에 불쾌한 냄새가 나는 물질을 바른 후 반응을 보는 리얼리티 TV쇼에 출연하는 줄 알았다”고 주장해왔다. TV쇼를 찍는다는 북한 남성 4명의 말에 속았다는 것이다. 

용의자로 꼽힌 북한 남성들이 처벌받을 가능성은 요원하다. 배후로 꼽힌 북한 남성 4명은 범행 직후 출국, 북한으로 도주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현지에서 암살을 도운 혐의를 받는 또다른 북한 남성 4명에 주목했다. 리정철과 현광성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김욱일 고려항공 직원 등이다. 리정철은 범행 나흘 후 체포됐다. 그러나 같은 해 3월2일 말레이시아 검찰은 “암살 사건에 있어서 그의 역할을 확인할 충분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며 리정철을 석방한 후 북한으로 추방했다.  

사건 후 북한대사관에 은신해 있던 현광성과 김욱일 등도 아무런 처벌 없이 말레이시아를 떠났다. 북한과 말레이시아 정부의 ‘협상’에 따른 조치다. 당시 북한은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 공관원 3명과 공관원 가족 6명의 출국을 막았다. 사실상의 ‘억류’였다.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과 협상을 진행, 김정남의 시신 인도와 현광성 등의 출국을 허용했다. 

북한 측은 김정남 피살 사건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사망자가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라는 북한 국적 남성이며 단순히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말레이시아에서 해당 사건을 추가적으로 조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말레이시아는 해당 사건의 여파로 폐쇄됐던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 재개 여부에 대해 “북한과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어떤 나라든 말레이시아와 협력하겠다면 어떤 것이든 환영”이라고 답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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