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다. 반 전 총장이 위원장직을 맡기로 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의 운영 방향과 계획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다음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브리핑 전문이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춘추관에서 여러분을 뵙게 돼서 반갑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제가 현재 자격으로서 청와대에서 이런 브리핑을 하는 것이 적당한지에 대해서 나름대로 걱정을 했었는데, 저의 경우에 특별히 마땅한 장소도 없고, 또 언론인 여러분들의 편의도 있고, 그래서 제가 청와대에 부탁해서 혹시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할 수 없는지 문의했습니다. 다행히 아주 좋다고 말씀하셔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요.
개인적으로는 2004년에 제가 청와대 외교보좌관으로 근무할 때 여러 번 서서 언론인들과 대화를 했던 기억도 납니다. 이 자리에 여러 번 서서 언론인들과 대화했던 기억도 납니다.
사실 대통령님과 면담 내용은 김의겸 대변인께서 하실 것으로 알고 있고, 저의 소감이라든지 저의 입장을 설명 드리고 나서 시간이 되면 여러분들의 질문이 있으면 거기에 대한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잠시 저의 입장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조금 전 문재인 대통령님을 만나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출범에 관해 상세한 의견을 나눌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야당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수용하고, 저에게 중책을 맡겨 주신 문재인 대통령님의 뜻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임한 10년은 지속가능발전목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SDGs),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에 헌신한 기간이었고, 국제사회가 이를 유엔 창설 후 최대의 업적으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 나름대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퇴임 후 지난 2년 동안에도 저는 세계 곳곳을 다니며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이행과 지구생태환경의 복원,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실현을 위한 전세계인의 노력을 호소해 왔습니다. 이러한 일 등을 고려해서 이번에 국가적 중책의 제의를 받았고, 제 필생의 과제를 다시 한 번 전면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수락하게 됐습니다.
망설임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우려와 걱정을 표시하기도 했고, 그 이유는 미세먼지는 여러 국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나는 문제여서 해결이 결코 쉽지 않고, 해결이 된다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잘 알고 있고, 짐작 못하는 바 아닙니다. 저를 위한 그 분들의 충정을 십분 이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지속가능발전, 기후변화 행동을 위해서 해외에 나가서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우리 국민이 미세먼지로 인해서 생명과 건강에 심대한 위협을 받는 상황 하에서 이를 어렵다고 회피하는 것은 제 삶의 신조와 배치되는 것이었습니다.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1960년대 초에 달 착륙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일이 쉽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저 역시 똑같은 마음입니다. 미세먼지 문제가 난제이기 때문에 저는 이 일을 맡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저에게 당장 묘안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원인을 진단하고 그에 따라 중지를 모아서 해법을 마련한 후 모두의 의지로서 흔들림 없이 실천하면 끝내는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먼저 미세먼지의 국내외적 배출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원인은 상대 부분 규명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과학적 정밀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여기에 기초해서 정확한 해결 방안과 다양한 정책적 옵션이 제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범국가적 기구를 만든다고 해서 미세먼지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국민 여러분들께서 더 잘 아실 것입니다. 그야말로 개인에서부터 산업계, 정치권, 정부까지 국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다함께 참여하는 기회를 만들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해결책을 도출해 나가겠습니다.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등 동북아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과 공동 대응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국제적으로 성공한 사례도 찾아서 우리 실정에 맞는 최상의 모델을 만들어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먼저 정부 유관 부처는 미세먼지 줄이기가 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달린 문제인 만큼 부처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모든 정책에 있어서 유연성과 집중력을 발휘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정부는 이미 미세먼지를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했습니다. 지척 분간이 안 될 정도의 미세먼지는 재난임이 분명합니다. 목표를 세웠으면 달성해야 합니다. 정부 각 부처는 특단의 각오로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임해야 합니다.
정치권은 미세먼지 문제를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접근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입니다. 미세먼지는 이념도 정파도 가리지 않고 국경도 없습니다. 미세먼지 문제가 정치 문제가 되는 순간 이번 범국가기구 출범을 통한 해결 노력은 실패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당초 범국가적 기구를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이 문제만큼은 정치권 전체가 오직 국민의 안위만을 생각하면서 한마음으로 초당적・과학적・전문적 태도를 유지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요청합니다.
언론도 이에 적극 협조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산업계와 이익단체들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의 보호라는 대의 아래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미세먼지 문제는 보건, 에너지, 자동차 산업, 국제협력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는 문제입니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경제 주체와 사회집단 사이에서 이해가 다양하게 엇갈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 한발자국씩 물러서야 숨을 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서도 산업 일선, 에너지 사용 등 일상생활에 있어서 미세먼지 저감에 함께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대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시고, 인내와 아량으로 범국가적 기구의 노력에 동참해 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들은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따라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는 중에도 효과적인 단기대책을 마련하는 데도 노력을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2007년 여러분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유엔 사무총장직에 오르는 영예를 누렸습니다. 이제 제가 미약하지만 국민들께서 보내주셨던 성원에 보답할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저는 유엔 사무총장직을 수행하면서 기후 관련 국제협약과 관련된 경험을 쌓았고, 다수의 국제 지도자들과 교분도 쌓았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문제해결에 있어서 소중한 자산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미세먼지에서 자유로운 일상을 국민 여러분께 하루빨리 돌려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의 설치를 제안하신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의 혜안에 존경을 표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