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6일 오후 8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콜롬비아 대표팀과 A매치 평가전을 치른다.
벤투 감독의 ‘변화된 축구’를 실험해보기에 콜롬비아는 매우 적합한 상대다.
FIFA 랭킹 12위의 콜롬비아는 지난 22일 맞붙은 볼리비아보다 훨씬 까다로운 상대다.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 라다엘 팔카오(AS 모나코) 등 걸출한 공격수 뿐만 아니라 예리 미나(에버튼)와 다빈손 산체스(토트넘) 등의 정상급 수비수까지 보유한 강팀이다.
여기에 현재 콜롬비아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 대표팀의 천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란 대표팀 감독 시절 한국 상대 전적이 4승 1무에 달할 정도로 한국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하다. 경기 내내 높은 점유율로 상대를 압도했던 볼리비아전과는 전혀 다른 경기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 ‘8G 연속 무득점’ 손흥민, 콜롬비아전에선?
콜롬비아전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투톱’ 손흥민(토트넘)이 결과물을 낼 수 있느냐다.
벤투 감독은 최근까지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했다. 황의조(감바 오사카)나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원톱에 자리하고, 손흥민이 2선으로 내려와 플레이메이커 역할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는 대표팀의 골 결정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벤투호는 아시안컵 당시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도 득점을 생산하지 못해 좌절을 맛봤다.
세계적인 공격수로 성장한 ‘손흥민 효과’도 보지 못했다. 손흥민은 벤투호 출범 후 7경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잦은 수비 가담으로 인한 체력 저하로 날카로움도 무뎌졌다.
이에 벤투 감독은 볼리비아전에서 4-1-3-2 포메이션을 꺼내 손흥민을 지동원과 함께 최전방 공격수로 투입했다. 손흥민은 이날 슈팅과 돌파로 대표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벤투 감독도 경기 종료 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결과물을 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손흥민은 7차례의 슈팅에도 득점에 실패했다. '투톱 손흥민'에 대한 기대를 '확신'으로 바꾸는 것이 이번 콜롬비아전의 목표다.
손흥민은 콜롬비아전에서도 투톱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는 황의조와 함께 호흡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은 지난해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골을 몰아치며 대표팀의 2-1 승리를 이끈 바 있다. 이번에도 득점포를 가동해 골 가뭄을 씻어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 이강인-백승호 A매치 데뷔?
기성용(뉴캐슬)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대표팀 은퇴를 시사하면서 벤투호는 세대교체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벤투 감독이 선택한 자원은 이강인(발렌시아)과 백승호(지로나)였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나란히 활약 중인 두 유망주는 개인 기술이 뛰어나고 패스, 빌드업 능력을 갖춰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에 걸맞은 자원으로 평가된다.
둘은 당초 볼리비아전 출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백승호는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이강인은 예상 외로 팽팽해진 승부에 교체 출전 기회를 잃었다.
지동원의 부상 이탈, 컨디션 난조를 겪는 김민재, 김승규 등으로 인해 엔트리 등록은 무난하다. 하지만 콜롬비아가 강팀이라 이번에도 이강인과 백승호의 출전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벤투 감독은 25일 둘의 출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부상 선수들이 발생했다고 해서 선발 명단이 바뀌지는 않는다.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따라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정할 것이다. 지금은 교체 투입에 대해 딱히 정해놓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빠른 시간 리드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두 유망주의 데뷔전은 또 한 번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 돌아온 ‘빛현우’, 눈도장 찍을 기회
콜롬비아전 수문장은 조현우(대구 FC)가 맡을 가능성이 커졌다. 주전 골키퍼인 김승규가 장염 증세를 보여 최종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신들린 듯한 선방으로 스타덤에 오른 조현우지만 벤투호에서는 2인자로 밀렸다. 10월 파나마전과 11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선발로 나선 것이 전부다.
때문에 이번 콜롬비아전은 7경기 연속 벤치에 머물렀던 조현우에게 찾아온 절호의 기회다.
조현우는 그간 ‘발밑 기술’이 약해 빌드업 축구에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연습과 훈련을 거듭한 끝에 최근엔 소속팀 대구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콜롬비아전은 ‘발밑 기술’의 발전 정도를 어필할 수 있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날카로운 공격진을 가진 콜롬비아는 조현우의 강점을 발휘하기에 좋은 상대다. 특유의 선방 능력으로 골문을 지켜낸다면 대표팀 내 수문장 경쟁도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