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초대질량 블랙홀 모습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국내 천문학자를 포함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진은 거대은하 'M87'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EHT는 블랙홀 영상을 포착하기 위해 국제협력을 통해 구축한 지구 크기의 거대한 가상 망원경이다.
세계 각지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관측 결과는 이날 미국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특별판에 6편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학술적으로 블랙홀은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강한 중력을 가지고 있다. 이름처럼 흔히 검은 구멍을 상상하지만, 빛까지 흡수하기 때문에 직접 볼 수는 없었다.
EHT 과학이사회 위원장인 네덜란드 래드버드 대 하이노 팔크 교수는 "만약 블랙홀이 밝게 빛나는 가스로 이뤄진 원반 형태의 지역에 담겨 있다면, 그림자 같은 어두운 지역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이 현상은 아인슈타인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상한 바지만, 우리가 이전에는 전혀 직접 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측에 성공한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5천500만 광년 떨어져 있으며 질량은 태양의 65억 배에 달한다. 태양 1개의 질량이 지구 33만2천여개 질량과 맞먹는 걸 고려하면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EHT 프로젝트 총괄 단장인 미국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셰퍼드 도엘레만 박사는 "우리는 인류에게 최초로 블랙홀 모습을 보여주게 됐다"며 "이 결과는 천문학 역사상 매우 중요한 발견이며, 200명이 넘는 과학자 협력으로 이뤄진 이례적인 성과"라고 강조했다.
실제 관측은 2017년 4월 5∼14일 6개 대륙 8개 망원경 참여를 통해 진행했다.
우리나라에선 한국천문연구원·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서울대·연세대 등에서 8명이 프로젝트에 힘을 보탰다.
한국천문연구원 손봉원 박사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궁극적인 증명"이라며 "그간 가정했던 블랙홀을 실제 관측해 연구하는 시대가 왔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장재민 기자 doncic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