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개혁 논의 ‘솔솔’…정말 필요할까

화폐개혁 논의 ‘솔솔’…정말 필요할까

기사승인 2019-04-26 05:00:00

커피 한 잔에 5.5원, 백반 1인분에 10원. 요즘은 카페나 식당에 가면 가격을 이렇게 표기한다. 그러나 소비자는 혼동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5500원. 1만원으로 인식한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화폐개혁’이다. 

화폐개혁, 정확히는 ‘액면변경’(리디노미네이션)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액면변경은 원화 거래단위를 낮추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금액 가치는 그대로 두되 ‘0’ 개수를 줄이거나 아예 떼버리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두 차례나 액면변경을 한 적이 있다. 

최근 액면변경 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화 단위가 경제규모에 비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 또한 1달러에 네 자릿수 환율을 유지하는 국가 중 하나다. 단위가 커서 거래가 불편하고 대외 위상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를 주장하는 인물이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이다. 최 의원은 액면변경으로 지하경제 양성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하경제는 규제나 세금을 피하는 ‘숨은 돈’이다. 이러한 돈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여건 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기관 전산시스템 변경과 새로운 화폐제조 등 각종 사회비용이 부담이 될 수 있다. 물가상승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1900원을 1.9원을 낮춘다면 2원으로 올려서 팔 가능성이 높다. 

액면변경을 논하기 전에 화폐단위를 얼마부터 할지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재준 인하대 교수는 “리디노미네이션은 돈의 끝자리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는 이슈”라며 “리디노미네이션이 이슈가 아니라 이 경우 화폐단위를 얼마로 할지부터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단순히 달러 환율이 1대 1000으로 작다는 건 정치권 이야기고 현재 1000원을 100원 정도로 낮춰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액면변경에 대해 자영업자들은 떨떠름한 반응이다. 액수가 줄어드니 돈을 적게 버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거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자영업자는 “(거래단위를 낮추면) 돈 버는 재미가 사라질 것 같다”며 “(돈이) 있어도 적게 느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화폐개혁 논의는 내달 중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최 의원이 이와 관련해 토론회를 연다. 정치권이 공세에 나설 경우 화폐개혁에 관한 새바람이 불 전망이다. 다만 정부와 관련기관인 한국은행이 완강한 거절의사를 밝히면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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