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전 한은 총재 “화폐단위 변경, 언젠가는 해야 할 일…문제는 시기”

박승 전 한은 총재 “화폐단위 변경, 언젠가는 해야 할 일…문제는 시기”

기사승인 2019-05-14 05:00:00

박승(84) 전 한국은행 총재가 주도했던 ‘화폐제도 선진화 계획’은 결과로 보면 미완성이다. 계획안은 세 가지로 ▲다른 나라보다 크고 위·변조가 쉬운 화폐를 새로 찍는 것 ▲고액권을 발행하는 것 ▲화폐단위를 바꾸는 것이었다. 

두 가지는 성사됐다. 화폐단위 변경은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 정부는 인플레이션과 사회적 비용 부담을 이유로 반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박 전 총재는 신념을 굽히질 않았다. 그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성사된 공론화 자리에서 제도 도입 필요성과 대안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화폐단위 변경, 안 해도 불편 없지만 언젠간 해야 할 일”

박 전 총재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화폐개혁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 

박 전 총재는 축사에서 “(재임 시절) 중국 중앙은행 총재가 ‘한국처럼 선진국이고 경제를 잘하는 나라가 원·달러 환율이 1000:1인 게 이해가 안 된다’라고 했다”며 “그 얘기를 듣고 화폐 단위를 바꿔야겠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재가 주장한 화폐단위 변경 기본구조는 ‘1000원’을 ‘1환’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그러나 앞서 시행된 두 차례 개혁으로 국민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추진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박 전 총재는 “화폐단위 변경은 숫자 ‘0’ 세 개를 떼어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며 “이 경우 3920원은 3환92전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게 국민을 설득하기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그는 화폐단위 변경 이후 대안으로 ▲신·구 화폐 1년 간 동시 통용 ▲무제한·무기명 교환 ▲구·신 단위 1년 간 화폐 내 동시 표기 등을 언급했다. 

박 전 총재는 아울러 화폐단위 변경은 공개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국회 소위가 결성돼 뒷받침돼야한다고도 했다. 

박 전 총재는 다만 화폐단위 변경이 불러올 인플레이션과 비용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관해서도 짚고 넘어갔다. 

박 전 총재는 “유로화 때 물가가 0.3%p인가 올랐던 걸로 안다”며 “어땠든 인플레이션이 약간 있을 수 있는데 현시점에서 어떻게 볼 것이냐가 한 가지 문제”라며 “또 하나는 막대한 비용”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용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우리경제에서 비용이 크다고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투자고 일자리다. 이것이 가져오는 경기 부양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용을 단순히 비용으로만 볼 것인지, 경기부양으로 봐야할 것인지는 국민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이 문제에 대해 견해를 한 마디로 하자면 화폐단위 변경은 안 해도 큰 불편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어느 때건 할 일이지 10년이고 20년이고 안하고는 절대 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문제는 시기”라며 “화폐단위 변경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시기가 안 맞다’는 논리지 ‘영원히 하지 말자’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총재는 끝으로 현재 쓰이고 있는 ‘리디노미네이션’ 용어를 사용하지 말자고도 제안했다. 일반인이 ‘리디노미네이션’을 자금 동결과 혼동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리디노미네이션 대신에 ‘화폐단위 변경 계획’이나 ‘화폐단위 변경 조치’ 등 명확한 표현을 쓰자는 의견도 내놨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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