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가 승리했다”
성매매 및 알선, 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29)가 구속을 면하게 된 이후 나온 말입니다. 이 표현엔 자조와 분노가 섞여 있습니다. 경찰이 “명운을 걸겠다”고 공표한 ‘ 버닝썬 게이트’ 수사 결과가 빈손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특히 핵심 인물로 지목된 승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많은 누리꾼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담당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주요 혐의인 법인자금 횡령 부분은 유리홀딩스 및 버닝썬 법인의 법적 성격, 주주 구성, 자금 인출 경위, 자금 사용처 등에 비춰 형사책임의 유무 및 범위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승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신 부장판사는 또 “나머지 혐의 부분과 관련해서도 혐의 내용 및 소명 정도, 피의자 관여 범위, 피의자신문을 포함한 수사 경과와 그동안 수집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증거인멸 등과 같은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승리와 같은 날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던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 역시 동일한 이유로 구속을 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 전 대표의 배우자인 배우 박한별이 남편을 위해 탄원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며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지탄받기도 했죠.
아울러 승리와 유 전 대표의 영장에 적시된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며 반발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5일 승리와 유 전 대표의 구속영장 내용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성매매 알선은 2015년 집중적으로 이뤄졌습니다. 2015년 12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경찰이 확인한 성매매 알선 행위는 모두 12차례, 금액은 총 4300만 원에 달한다고 하네요. 이외에도 버닝썬 자금 5억2000여만 원 등 총 5억5000만 원을 브랜드 사용료와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자신들이 소속된 별도 법인의 계좌로 송금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에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승리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에 대한 해임 청원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16일 오전인 현재 이 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4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청원을 제기한 시민은 “이 나라에 법이 제대로 서 있는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곧 법인지. 이 판사에게 비리가 있는 것은 아닌지. 여부가 궁금하다”며 “우리는 공부만 잘해서 판사가 된 사람이 아닌 양심과 심장이 살아있는, 상식에 맞는 판단을 해주시는, 존경할 수 있는 판사를 원한다”고 사유를 밝혔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긴 ‘다툼’에 대비해 체력이라도 다지는 것일까요. 영장 내용이 공개돼 공분을 더하고 관련 청원이 제기된 날, 승리는 체육관을 찾아 취미인 운동을 즐겼다고 합니다. 아시아투데이는 승리가 지난 15일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모습과 건물을 나서는 모습 등을 포착해 보도했습니다.
영장 기각이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처럼 앞으로 관련 사안에 대한 검찰 수사와 법정 싸움 등이 이어질 것입니다. 긴 다툼이 끝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지, 아니면 “한국 법을 사랑한다”던 승리가 웃을 수 있는 결과를 받아들지 지켜볼 일입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