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16일 세종시에서 열린 2019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대한민국 행정의 중심지에서 국가 재정의 큰 방향을 논의하게 된 것이 뜻깊습니다. 국회에서도 이해찬 대표님, 이인영 원내대표님, 조정식 정책위의장님, 정성호 기재위원장님을 그리고 각 정조위원장님들 비롯해서 여러분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버스 파업 문제에 있어서도 노사 간의 대화는 물론이고 당·정과 지자체까지 함께 논의를 모아서 원만한 타결을 이끌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의 세 번째 국가재정전략회의입니다. 지난 2년간의 성과를 되짚어보고 앞으로 3년을 준비해야 하는 반환점에 와있습니다. 지금까지 ‘혁신적 포용국가’의 시동을 걸었다면, 이제는 가속페달을 밟아야 할 때입니다. 2020년은 ‘혁신적 포용국가’가 말이 아니라 체감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원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라의 살림살이도 가계처럼 경제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지출을 늘려야 할 때가 있고 건전성에 중점을 둬 곳간을 채워야 할 때도 있습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는 나라 곳간을 채우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이 매우 시급합니다.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지금 재정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과감하게 자기 역할을 함으로써 민간의 혁신적인 도전을 끌어내야 합니다”라며 “이러한 방향으로 정책과 재정이 집중될 수 있도록 오늘 여러분이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년간 정부는 OECD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사회투자를 대폭 늘렸습니다. 아동수당과 치매국가책임제, 기초연금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같은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했습니다. 청년·여성·신중년에 대한 맞춤형 일자리 지원을 확대하고 자영업자를 별도의 정책영역으로 설정, 지원하는 등 포용국가를 위한 변화의 첫걸음을 시작했습니다. 우리 경제의 활력과 미래 먹거리를 위한 혁신투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혁신성장을 위해, 제2벤처붐 확산전략과 수소경제 로드맵, 혁신금융 비전을 마련해 추진했습니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형 자동차 등 미래 먹거리 마련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규제샌드박스를 새로 도입해서 혁신의 걸림돌을 과감히 걷어내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신규 벤처투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신설법인 수가 10만 개를 돌파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향한 혁신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저임금근로자 비중과 임금 5분위 배율이 역대 최저로 낮아졌고 상용직과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직장인들의 소득과 삶의 질은 분명히 개선되었습니다. 실업급여도 확대되어 고용안전망도 두터워졌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수출 6천억 불을 넘어서는 등 우리 경제의 외연도 넓어졌습니다. 이런 성과 뒤에는 재정의 역할이 컸습니다. 재정이 마중물이 되고, 민간이 확산시켰습니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아직 국민들께서 전반적으로 삶의 질 개선을 체감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앞으로 재정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자영업자와 고용시장 밖에 놓여있는 저소득층이 겪는 어려움은 참으로 아픈 부분입니다. 고용확대와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과 같은 고용안전망 강화, 자영업자 대책 등에 재정의 더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됩니다.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재정수지가 단기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국가재정이 매우 건전한 편이기 때문에 좀 더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한 예산은 결코 소모성 ‘지출’이 아닙니다. 우리 경제·사회의 구조개선을 위한 ‘선투자’로 봐야 합니다. 포용국가의 기틀을 마련하고 혁신성장을 통해 경제활력을 제고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세수를 늘려 오히려 단기 재정지출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대한민국의 경제력은 더 많은 국민이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재정의 역할을 키울 수 있을 만큼 성장해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것입니다. 재정은 우리 사회의 중장기 구조개선뿐 아니라, 단기 경기대응에도 역할을 해야 합니다. 세계 경제여건이 당초 예상보다 악화되면서 1분기 성장이 좋지 못했습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민간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재정이 경제활력 제고에도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IMF 등 국제기구에서도 우리에게 추경 등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권고하고 있습니다”라며 “그런 점에서, 하루빨리 국회가 정상화되어 정부의 추경안을 신속히 논의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추경은 ‘타이밍과 속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추경안 처리가 지연될수록, 효과가 반감되고 선제적 경기대응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입니다. 당·정이 국회 설득을 위해 더욱 힘을 모아주시길 당부드립니다”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은 미래사회 변화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합니다. 저출산·고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2018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됩니다.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는 경제활력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리고, 결국 재정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저출산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 마련과 별도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중·장기적 재정혁신 방안까지 함께 강구해나가야 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적극적 재정 기조가 국민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재정혁신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필요한 곳에 쓰되, 불필요한 낭비를 과감히 줄여야 합니다. 특히, 경제활력 둔화와 재정분권에 따라 내년도 세입여건이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면서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이 필수적입니다”라며 “각 부처별로, 관성에 따라 편성되거나 수혜계층의 이해관계 때문에 불합리하게 지속되는 사업 등을 원점에서 꼼꼼히 살피고 낭비 요소를 제거해주기 바랍니다. 각 부처 장관님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오늘만큼은 자신이 속한 부처의 장관으로서가 아닌 국무위원의 자세로 논의에 임해 주길 바랍니다. 부처의 이해를 넘어, 국가와 국민을 기준으로 논의하고 합의를 이뤄가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당에서도 국민을 대표하여 활발히 의견을 내주시고 앞으로 국회에서도 잘 뒷받침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당부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