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가 초여름부터 프리미엄 ‘金빙수’를 선보이며 ‘빙수족’ 잡기에 나섰다. 무더위가 일찍 시작된 데다, 먼저 소비자의 눈에 띄어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복안도 깔려있다. 업계는 최근 불고 있는 ‘스몰럭셔리’(비교적 저렴한 명품 소비재) 트렌드를 반영해 다양한 고급 빙수를 내놓는데 주력하고 있다. 일각에선 지나친 고가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여전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그랜드 워커힐 서울은 호텔 빙수의 대표 격인 ‘애플망고빙수’를 5만7000원에 선보인다. 지난해 보다 2000원 가량 오른 가격이다. 2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하면 무려 1만7000원이나 상승했다. 현재 업계의 '애플망고빙수' 중 가장 비싼 가격을 자랑한다. 호텔 측은 “빙수의 양과 질을 고려해 책정한 가격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신라호텔 역시 ‘제주산 애플망고빙수’를 5만4000원에 내놨다. 2014년까지 4만2000원에 판매했지만, 지난해부터 5만4000원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제주산 애플망고 중에서도 최상품을 원재료로 쓰는 까닭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제주산 애플망고는 개당 약 2만원으로 판매되는 고가의 과일로 신라호텔은 당도와 과일향 모두 A급 상품만을 이용해 빙수 한 그릇에 1개 반~2개가 들어가 원가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지난해부터 ‘망고 가격 연동제’를 도입해 제주산 애플망고의 시세에 따라 빙수 판매가를 유연하게 책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롯데호텔도 5만원대의 프리미엄 빙수를 선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유명 패션브랜드 ‘모스키노’와의 협업해 5만5000원의 ‘모스키노 트레이 디저트 세트’를 내놨다. 3단 철제 트레이에 프랑스식 마시멜로, 산딸기 타르트, 사과 꿀리를 넣은 머핀 등 15종의 디저트가 올라간다. 트레이 디저트와 함께 빙수 1개(멜론·망고 빙수 중 택1)를 즐길 수 있다.
이외에 5만원 이하의 4만원~3만원대의 빙수가 업계의 줄을 이룬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초콜릿볼 아이스크림빙수’를 4만2000원에 선보였다. 프랑스 명품 초콜릿인 ‘발로나 초콜릿’으로 만든 접시 속에 진한 우유 얼음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슈퍼푸드’로 알려진 모링가를 앞세워 '헬시모링가빙수'를 내놨다. 가격은 4만5000원.
JW 메리어트 동대문은 지난해 무려 8만원이라는 고가의 '돔 페리뇽 빙수'를 판매한 바 있다. '럭셔리 빙수'라는 점을 내세워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다만 올해는 ‘고가 논란’을 의식한 듯 내놓지 않았다. 대신 한 해동안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은 3가지의 시그니처 빙수로 ‘몽블랑 빙수’와 ‘제철 과일 빙수’, ‘클래식 팥빙수’를 꼽았다. 가격은 3만원대.
한 호텔 업계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소비자들이 작은 명품을 구매하며 심리적 만족감을 얻으려는 ‘스몰 럭셔리’ 현상이 호텔 빙수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면 가격 상승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아, 프리미엄 재료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가격을 올리는 등의 모습은 많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