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자폭하라”, “외국기업 물러가라”
지난 25일 코스트코 하남점 앞에는 지역 소상공인의 원망 섞인 외침이 가득했다. 이들은 “골목 상권을 말살하는 코스트코와 이를 방관하는 하남시는 당장 각성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피커에서는 ‘투쟁’, ‘박살 내자’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상인들은 ‘생존권 사수’가 적힌 머리띠를 둘러매고 ‘인구 26만에 대형마트 5개! 갈곳없다 소상공인! 하남시는 자폭하라!’ 등의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이날 오후 2시께 시작한 2차 궐기대회에는 신장·덕풍시장상인회 등 인근 소상공인 단체의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하남점이 정부가 제시한 상생안을 따르지 않고 개점을 강행한 것에 대규모 궐기대회로 맞서려는 발걸음이었다. 김재근 덕풍시장상인회 회장은 이날 선언서를 통해 “코스트코 미국 회장은 한국만 생각하면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고 하더라, 그 눈물은 한국 소상공인들의 피눈물”이라고 외쳤다.
앞서 지난달 25일 중소기업벤처부는 코스트코코리아 측에 ‘자율합의 또는 정부 권고안이 통보될 때까지 개점을 일시정지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코스트코 하남점은 이를 따르지 않고 예정된 30일 개점을 강행해 빈축을 샀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정부의 과징금이 5000만원에 불과해 ‘배짱’ 영업을 강행한 것”이라고 입을 모아 성토했다. 하남시 소상공인들은 이를 ‘황소개구리를 풀어준 격’이라고 지적한다.
7개의 지역 소상공인단체가 참여한 하남시 소상공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코스트코의 ‘배짱’ 영업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비대위 관계자는 “코스트코 하남점은 건축 허가 과정부터 잘못됐다”면서 “공청회 한번 없이 순식간에 이뤄졌을뿐더러, 이후 코스트코 측이 제출한 상권영향평가서, 지역협력계획서 역시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김재근 회장은 “소상공인은 언제부턴가 사회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생업을 포기하고 투쟁을 위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라고 외치며 “건물이 완공되고 개점을 얼마 앞둔 상황서 진행한 '사업 조정'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호소했다. 이어 “코스트코는 10여년 전의 상생안을 제시하며 상인들의 요구는 검토만 해보겠다고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코스트코 푯말에 계란을 던지고 이를 밟고 지나가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등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감정이 격해진데다, 더위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탈진하는 시위자도 발생했다. 이에 119구급대가 출동하는 소란도 일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코스트코의 태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라며 ‘코스트코 자폭하라!’, ‘Go back "Costco"’ 등의 푯말을 들고 하남점 주위를 행진했다.
이들의 행진으로 한때 코스트코 주차장 진입로가 막히면서 교통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시위자는 도로에 누우며 통제에 나선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코스트코 각성하라’를 외치며 신장시장 쪽으로 향했다. 시위는 2시간가량 진행됐다.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인근 미사 지구에 거주하는 강연수(45·가명) 씨는 “상인들의 울분이 이해는 간다”라면서도 “모쪼록 코스트코가 지역 상인들을 안고 가는 방향으로 결정을 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반면 장원혁(51·가명) 씨는 “절차에 따라 들어선 코스트코에 이제 와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라면서 “떼를 써서 돈을 달라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00여명, 경찰 추산 700여명이 모였다. 경기도의회 김진일 의원, 방미숙 하남시의회 의장, 이영준 하남시의회 의원, 이영아 하남시의회 의원, 경기도상인연합회 이충환 회장이 참석해 발언대에 섰다.
이날 방미숙 하남시의회 의장은 “코스트코 이익의 대부분은 미국으로 향하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라면서 “중기부와 협조해 방안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