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삶의 일부분으로 보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언제,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명의료결정제도’도 시행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와 연명의료 유보‧중단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으나 존엄한 죽음에 연관된 여러 윤리적 문제는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
가장 많이 제기되는 문제는 ‘경제적인 이유’이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의료비 부담능력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2~3월 진행된 65세 이상 노인 대상의 인식조사 결과, 자식이 회복 불가능한 암환자로 판정받았을 경우 항암치료를 거부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저소득층일수록 높았다. 그 이유로는 ‘가족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가 25.7%, ‘치료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 25.5%를 차지했다.
이러한 이유는 ‘죽음의 장소’에 대한 선택권에도 영향을 끼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보건의료서비스 이용자 16명과 심층인터뷰를 한 결과 보고서를 보면, 다수가 집에서 죽음을 맞이할 경우 환자 가족들이 지게 될 부담을 걱정해 “본인은 죽음의 장소로 집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사망 장소별 사망자 수 구성비가 가장 높은 곳은 병의원,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으로 전체의 76.2%를 차지했다. 이어 주택 14.4%, 기타(사회복지시설, 산업장, 도로 등) 9.4% 순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이 생각하는 존엄한 죽음은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과 ‘가능한 끝까지 독립성과 인지 상태를 유지하는 것’, ‘죽음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을 가지는 것’ 등이었다.
보고서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 죽음의 장소로 병원을 택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진정으로 집을 죽음의 장소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대안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생명의 고귀함에 대한 인식과 논의, 더불어 돌봄 인프라가 부족한 한국 사회이기 때문이다. ‘웰다잉(Well-Dying)’ 문화는 빠르게 정착시켜야 하는 주제가 아니다. 죽음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