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침몰 참사 발생 사흘째,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주헝가리 한국 대사관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31일(현지시간) 오후 7시께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국대사관 앞에는 대부분 헝가리인들로 구성된 약 150여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 희생자에 대한 추모식을 진행했다.
추모식에 참여한 이들 중 일부는 눈물을 흘리며, 더러는 함께 온 어린 자식에게 무언가를 속삭이며 대사관 담장 앞에 준비한 꽃이나 양초를 내려놓고 묵념했다.
누가 이끌지 않아도 차례를 기다려 한 사람씩 담장 앞을 채웠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흰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온 토트 모니카(43) 씨는 "한국무용의 아름다움에 빠져 부다페스트 내 현지인 및 한국 친구들과 함께 한국무용을 배웠다"며 "한국의 문화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사고 소식에 더욱 충격을 받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교양 수업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도리 발로(27) 씨는 "너무 미안해요. 너무 슬퍼서 많이 울었어요"라며 서툰 한국어로 말했다. 참가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헝가리인과 한국인이 각종 정보를 나누며 교류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자발적으로 추모 행사를 준비했다.
모니카 씨는 "정해진 시간에 모여 희생된 넋을 함께 기리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4000명이 넘는 헝가리인과 한국인들이 가입해 정보를 교류해 온 이 페이지에는 각자가 찍어 올린 꽃과 촛불 사진, 추모의 의미를 담은 검은 리본 사진 등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아래에도 전날보다 많은 꽃과 촛불들이 놓였다. '가족의 품으로 꼭 돌아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란 글귀가 담긴 쪽지 등도 함께였다.
고등학교 수업을 마치고 친구와 함께 강변을 찾았다는 데빈(16) 양은 "평소에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고 스트레스도 많은지를 알고 있다"며 "그런 분들이 휴가를 와서 사고를 당했다는 게 더욱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베아타 슈레이(40) 씨는 가져온 촛불 30개에 모두 불을 켜며 연신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파트 창문을 통해 다뉴브강 전경이 보이는데 이제는 그걸 볼 때마다 슬프고 눈물이 난다"며 "누구에게든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사고와 관련해 "오스트리아와 체코 등 인근국에서도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