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LA 다저스)의 연이은 호투에 메이저리그를 향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시즌 초반이지만 류현진이 ‘사이영상(Cy Young)’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면서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 ‘사이 영’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사이영상의 유래
사이 영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로 꼽힌다. 메이저리그는 1955년 영이 세상을 떠나자 이듬해 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수여하는 사이영상을 제정했다. 처음에는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를 통틀어 단 한 명의 투수에게 시상했으나 1967년부터는 각 리그에서 해마다 한 명씩, 모두 2명의 선수에게 수여하기 시작했다.
#사이 영, 얼마나 대단했나
사이 영의 본명은 덴튼 트루 영이다. 하지만 입단 테스트 당시 패스트볼을 던져 뒤에 있던 판자를 박살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사이클론(cyclone)이 휩쓸고 지나간 것 같아 관계자들로부터 ‘사이(Cy)’라는 별명이 붙었다. 스피드 건이 없어 그가 얼마나 빠른 공을 던졌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클리블랜드 시절 그의 공을 받았던 포수 치프 지머는 손을 보호하기 위해 글러브 안에 소고기 스테이크를 넣고 경기를 했다고 전해진다.
사이 영은 1890년 내셔널리그 소속 클리블랜드 스파이더에서 데뷔했다. 1899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이적했고 1901년부터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었다. 1911년 클리블랜드 냅스와 보스턴 러스틀러에서 활동한 뒤 44세의 나이로 은퇴할 때까지 511승 315패를 거뒀다. 그의 최다승 기록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그는 최다패(315패), 최다선발(815경기), 최다완투(749경기), 최다이닝(7356이닝) 등 다양한 투수 부문 기록을 갖고 있다. 3차례 노히트노런, 1차례 퍼펙트게임도 기록했다.
영이 가진 대부분의 기록들은 앞으로도 깨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500승은커녕 400승 이상을 기록한 선수도 윌터 존슨(417승)이 유일하다.
역대 최다승 순위 톰 10에 들어가는 선수들 중 현역 선수들은 그렉 매덕스(355승, 8위)와 로저 클레멘스(354승, 9위)가 전부다. 사실상 현대 야구에선 경신이 불가능한 기록이다.
#류현진, 사이영상 정말 가능할까
류현진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경기에서 7⅔이닝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8번째 승리를 거둔 류현진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1.48까지 떨어뜨렸다.
류현진은 2일 기준으로 내셔널리그 다승 단독 선두, 평균자책점은 양대 리그를 통틀어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0.81로 내셔널리그 1위, 양대 리그 2위다. 9이닝 당 볼넷은 0.62, 볼넷과 삼진 비율은 13.80으로 모두 양대 리그 선두다.
류현진은 통계전문가 빌 제임스가 고안한 사이영상 예측 프로그램에서 내셔널리그 1위를 지키고 있다. 승패·이닝·탈삼진·완봉 등 개인적 성적에 지구 1위 보너스가 가산되는 이 공식에서 류현진은 93.3점을 얻었다.
2위인 팀 동료 켄리 잰슨(69.4점)과 격차를 23.9점까지 벌렸다. 잰슨에 이은 3위는 마무리인 커비 예이츠(샌디에이고·63.1점)이다. 선발 2위는 애런 놀라(필라델피아·60.1점)인데 류현진과 30점 이상 격차가 난다. 2~3경기로 잡을 수 있는 차이가 아니다.
양대 리그를 통틀어도 1위다. 류현진은 아메리칸리그 1위 저스틴 벌랜더(휴스턴·87점)의 점수도 추월했다. 도밍고 헤르만(뉴욕 양키스·79.8점), 로베르트 오수나(휴스턴·77.7점), 제이크 오도리지(미네소타·73.5점), 찰리 모튼(탬파베이·73.3점)과는 격차가 크다.
#아직은 시즌 초반… 우발도 히메네즈 사례도
물론 이는 류현진이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할 때의 이야기다. 부상, 부진 등의 변수가 남은 시즌 동안 얼마든지 불거질 수 있는 것이 야구다.
시즌 초반 맹활약을 펼쳤으나 이를 유지하지 못해 사이영상을 놓친 투수도 많다.
그 중 하나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에이스였던 우발도 히메네즈(은퇴)다.
히메네즈는 2010시즌 전반기를 13승 1패 평균자책점 1.15로 마쳤다. 3차례의 완투, 2차례의 완봉승과 1차례의 노히터 경기를 펼치며 리그를 초토화시켰다. 피안타율은 0.189에 그쳤고 탈삼진은 88개를 잡아냈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그의 사이영상 수상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후반기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2010시즌을 19승 8패 평균자책점 2.88로 마무리했다.
한편 류현진은 사이영은커녕 내셔널리그 올스타 선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손사래를 쳤다.
그는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크게 염두하지 않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