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아파트에서 반려견 2마리와 함께 방치됐다가 숨진 생후 7개월 여자아이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사인을 알 수 없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의견이 나왔다.
인천지방경찰청은 4일 A(1)양의 시신 부검을 국과수에 의뢰한 결과 “사인 미상”이라는 1차 구두소견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숨진 아이의 발육 상태는 정상이고 신체 외부에 긁힌 상처가 사망의 원인은 아니다”라며 “사망에 이를 정도의 외력에 의한 골절이나 함몰 등도 없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현재 관련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어서 더 자세한 부검 결과는 밝힐 수 없다”며 “정확한 A양의 사인은 국과수의 최종 부검 결과를 받아보고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양은 지난 2일 오후 7시 45분께 인천시 부평구 한 아파트에서 숨진 상태로 외할아버지에 의해 발견됐다. 그는 당시 종이 상자에 담긴 채 거실에 있었으며 양손과 양발뿐 아니라 머리에서도 긁힌 상처가 발견됐다.
곧바로 112에 신고한 A양 외할아버지는 “딸 부부와 연락이 되지 않아 집에 찾아갔더니 손녀 혼자 있었고 숨진 상태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양 부모인 B(21)씨와 C(18)양은 “지난달 30일 오후 딸을 재우고서 마트에 다녀왔다”며 “귀가해보니 딸 양손과 양발에 반려견이 할퀸 자국이 있어 연고를 발라줬다”고 진술했다.
B씨 부부는 태어난 지 8개월 된 시베리안 허스키와 5년 된 말티즈를 집에서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이후 분유를 먹이고 딸 아이를 다시 재웠는데 다음날(5월 31일) 오전 11시께 일어나 보니 숨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사망한 아이를 보고 무섭고 돈도 없어서 아내를 친구 집에 보내고 나도 다른 친구 집에 가 있었다”며 “시베리안 허스키의 발톱이 길어 평소 나도 다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한편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보름 전 A양이 유모차를 탄 상태로 집 밖에 방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사실도 확인했다.
지난달 17일 오전 8시 22분께 한 이웃 주민은 “아기가 집 밖에서 유모차에 타고 혼자 울고 있다"며 "집을 두드렸는데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고 112에 신고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관은 B씨 부부를 계도 조치하고 A양을 인계한 뒤 철수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잠시 외출을 하면서 친구에게 아이를 맡겼는데 친구가 급하게 나갈 일이 있어 아이를 집 밖에 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B씨 부부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 등 디지털 증거를 분석할 계획이다.
또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한 뒤 B씨 부부에게 사체유기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등 법리 검토를 할 방침이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