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머리’로 던지자 무서워졌다

류현진, ‘머리’로 던지자 무서워졌다

류현진 호투 비결은 '머리'

기사승인 2019-06-08 08:00:00

‘머리’로 던지니 더 무서워졌다. 류현진(LA 다저스)의 얘기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7일(한국시간) 기준으로 9승1패 평균자책점 1.35를 기록하며 리그를 호령 중이다. 다승 부문은 도밍고 헤르만(뉴욕 양키스),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애스트로스)와 함께 메이저리그 공동 1위고, 평균자책점은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미네소타의 오도리지와 함께 유이한 1점대 방어율을 유지 중이다.

세부 기록에서도 대부분 리그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볼넷 대비 삼진 비율은 14.20, 9이닝 당 볼넷은 0.56으로 압도적인 1위다. 이닝 당 투구 수도 13.84개로 가장 적다. 이닝 당출루 허용률(WHIP)은 0.78로 1위 벌랜더(0.74)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5월 6경기에서 5승 0.59를 기록하며 ‘이 달의 투수’로 선정 된 그는 다가올 올스타전에서는 내셔널리그 선발 투수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수여하는 ‘사이영상’ 수상 유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이 지난 5일 소속 기자 38명을 대상으로 사이영상 중간 투표를 실시한 결과 류현진은 1위에 올랐다. 38명 중 무려 35명이 류현진의 손을 들어줬다.

이밖에도 다수의 해외 언론, 전문가들이 류현진의 투구에 눈길을 집중시키고 있다. 다저스의 전설적인 투수였던 오렐 허샤이져는 류현진에 대해 “그렉 매덕스를 연상시킨다”며 극찬했다. 매덕스는 명예의 전당에도 오른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다. 

류현진이 꿈같은 시즌을 보내고 있는 비결 중 하나는 ‘건강’이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 후 2년 연속 14승,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그는 이후 어깨와 팔꿈치 부상이 겹쳐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 

기적적으로 어깨 컨디션을 회복한 지난 시즌엔 내전근 부상을 당해 104일 동안의 공백기를 가졌다. 하지만 7승3패 평균자책점 1.97로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기대를 자아냈다.

올 시즌엔 몸 상태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지워낸 모양새다. 초반 내전근에 통증을 느껴 열흘 간 휴식을 취하기도 했으나 이후엔 이탈 없이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이닝이 거듭돼도 좀처럼 구위가 떨어지지 않고 강점인 제구도 더욱 예리해졌다. 

그의 건강을 방증하는 지표 중 하나가 이닝 소화력이다. 로테이션을 2차례 비웠음에도 80이닝을 소화했다. 리그 1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를 다시금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건강을 되찾았단 사실만으로 지금의 호성적을 설명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머리’로 던지기 시작한 것이 올 시즌 큰 변화를 만들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간 ‘감’으로만 타자들을 상대했던 그는 올 시즌 공부를 시작했다. 전력분석팀의 자료를 기반으로 상대 타자들을 연구했다. 필요에 따라선 구단에 직접 영상을 요청하기도 했다. 영상과 분석팀의 자료를 비교하며 나름의 경기 계획을 수립했다. 이닝을 마치고 내려오면 수첩을 꺼내 다음 이닝에 나올 타자들의 특징을 한 번 더 체크한다.

오프스피드 피칭, 제구력이 특출 난 ‘천재’가 ‘노력’까지 더 하니 실로 괴물이 된 셈이다.

허니컷 다저스 투수 코치 역시 “류현진의 머릿속에는 투구 계획이 명확하게 정립돼있다”며 “누구는 백도어로 공략해야 하고 누구에게는 커터를 던져야 하는지 안다”고 칭찬했다.

또 “류현진은 5가지 구종을 모두 마음먹은 곳으로 던질 수 있다. 그가 지금 2019년 메이저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이유”라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류현진은 이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경계대상 1호’가 됐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식을 다루는 한 지역 언론은 “다저스와의 3연전에서 류현진을 피한다”며 안도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류현진을 향한 현미경 분석도 강도를 더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류현진과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치열한 ‘머리싸움’을 지켜보는 것도 앞으로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