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뿐 아니라 투지와 리더십도 겸비했다. 이강인을 향한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팀은 지난 9일(한국시간) 새벽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승리했다. 대표팀은 35년 만에 이 대회 4강에 올랐다. 에콰도르만 넘으면 사상 첫 결승행도 바라볼 수 있다.
정 감독의 용병술, 이광연과 엄언상 등 유망주들의 가능성을 이번 대회를 통해 확인했지만 이번 U-20 월드컵의 최대 성과 중 하나는 이강인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강인은 18세에 불과하지만 스페인 명문 발렌시아와 1군 계약을 맺었다. 이적 허용 금액인 바이아웃은 무려 우리 돈으로 1063억원에 달한다. 그가 수준급의 선수라는 것, 박지성과 손흥민을 이어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갈 재목이라는 것쯤은 흔히들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투지와 리더십, 애국심까지 겸비한 선수라는 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대표팀 선수들 사이에서 이강인은 ‘막내형’이라고 불린다.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그라운드 안팎에서 여느 형님 못지않은 의젓하고 듬직한 모습을 보여 형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이강인은 그라운드 안에서 송곳 같은 패스를 찔러주면서도 수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아 버거울 법도 한데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르헨티나와의 조별 예선에선 동료를 대신해 상대 선수와 스페인어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어린 나이지만 리더로서의 자질도 갖췄다는 평가다.
수비수 김주성은 “강인이가 자주 방에 놀러와 해주는 말이 있다. ‘경기에는 언제든지 나갈 수 있으니 항상 준비하고 있고, 묵묵히 뒤에서 받쳐주는 있는 선수들이 있어서 뛰는 선수들이 힘을 받는다’는 것이다”라면서 “그 말을 듣고 팀을 응원하게 되고 묵묵히 제가 할 것을 하다 보면 기회는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규혁 역시 “강인이가 경기장에서든 숙소에서든 따로 찾아가는 선수들도 많은 거로 알고 있다”면서 “막내라 말을 건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경기 못 뛴 선수들을 더 응원해주고 ‘지금 형들이 준비 안 하면 누가 해주겠냐’는 등의 말을 해주더라”고 털어놨다.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도 이강인의 리더십이 빛났다.
이강인은 세네갈전 승부차기를 앞두고 골키퍼 이광연에게 다가가 “하면 되잖아, 형은 할 수 있어”라고 격려해 눈길을 모았다. 이광연은 눈부신 선방을 펼치며 한국을 승리로 이끌었다.
남다른 애국심까지 화제가 됐다. 차세대 대표팀 주장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열 살 때 스페인으로 건너가 발렌시아 유스팀에 합류하며 일찌감치 외국 생활을 시작한 이강인은 경기 전 양 팀 국가가 연주될 때 애국가를 유독 열심히 따라 부른다.
지난 2월 발렌시아 구단 SNS를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도 “경기장에서 태극기를 볼 때마다 행복하고 기쁘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부터 더 좋은 경험을 쌓고 많이 배워서 발렌시아와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자신의 요청에 따라 경기장을 찾은 교민들, 동료들이 애국가를 크게 불러주자 “많은 분이 크게 부르시는 걸 보며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느낀다”며 기뻐하기도 했다.
이강인이라는 ‘보물’의 등장에 축구팬들의 가슴이 여느 때보다 크게 뛰고 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