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도 가끔은 절제가 필요하다.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냉정이다.
이승우는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대표팀과 이란간의 A매치 평가전에서 1-1로 맞선 후반 31분 나상호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15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승우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전방 좁은 공간에서 동료들과 2대1 패스를 시도하며 공격 전개를 도왔다. 수비 과정에서는 머리를 들이밀며 태클을 하는 등 투지를 보였다.
그의 짙은 간절함은 확인했다. 하지만 침착하지 못했던 점은 분명 아쉬웠다.
이날 경기에서의 이승우는 냉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거친 태클을 하거나 상대 선수와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였다. 감정이 격양된 탓인지 플레이도 다소 투박했다. 경우에 따라, 그리고 보는 관점에 따라 그의 투지와 의욕이 ‘과잉’으로 비쳐질 여지가 충분했다.
이승우는 전날 할아버지가 별세했다는 비보를 들었다. 여느 때보다 더욱 출전이 간절했을 것이고, 그라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터다.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도 그를 더욱 채찍질했을지도 모른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그의 조급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경기가 아니더라도 이승우는 자주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는 지난 2년간 소속팀에서 옐로카드 10장을 받았다. 퇴장도 한 차례 있었다. 성인 국가대표로 4경기에 출전했지만 경고 3장을 받았다. 아시안게임에서도 경고가 2차례 있었다.
평가전이 아닌 월드컵 등 큰 무대에서 이승우의 과잉된 플레이는 자칫 팀 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투지가 꼭 ‘거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투지다. 투지를 보여줄 방법은 거친 태클이나 신경전이 아니어도 많다.
또한 이승우가 현 시점에서 보여줘야 될 것은 투지보다는 실력이다. 자신의 실력과 가치를 온전히 보여주기 위해선 감정의 절제가 우선시된다.
동료 백승호가 좋은 예다. 이란전에서 벤투호 승선 4경기 만에 선발 출전 기회를 받은 백승호는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 하기보다 간결하게 플레이했다. 강점인 탈압박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공을 오래 소유하기 보다는 주변의 동료들부터 확인했다. 이에 벤투 감독도 “22세 같지 않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백승호도 경기 후 어머니 생각에 눈물을 흘렸을 만큼 누구보다 간절했다. 그럼에도 여유를 가지고 경기에 임했고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출발점이 다르긴 하다. 이승우가 백승호처럼 선발로 출전했다면 조금 더 침착한 모습을 보여줬을지 모른다. 하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다. 벤투 감독의 구상에서 이승우는 후순위다. 훈련, 짧은 교체 출전 시간 속에서 확실히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냉정하게 경기에 임해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줘야 한다.
이승우는 만으로 21세에 불과하다. 그의 잠재성을 모르는 이는 없다. 이미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고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승우가 기술적 성장뿐만 아니라 정신적 성숙까지 이뤄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가 한국 축구의 미래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