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대표 대형마트, 이마트와 월마트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월마트는 아마존의 공세에도 지난해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반면, 이마트는 쿠팡 등 이커머스의 성장에 맥을 못추며 ‘연속 어닝쇼크’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2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월마트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1.9% 늘어난 1387억9300만달러(155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35.8% 늘어난 60억6700만달러(6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온라인 판매 성장률 역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자상거래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무려 43% 증가했다. 아마존의 저가 공세에도 깜짝 실적을 거둔 것이다.
반면 이마트는 점점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1분기에 작년 동기보다 51.6%나 감소한 7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마트는 2분기에는 이보다 훨씬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간 '무한경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는 것도 이마트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쿠팡 등 이커머스에 시장을 내주고 있는 대형마트 업계가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출혈경쟁까지 감수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나빠지고 있는 탓이다. 이마트는 올 초부터 새로운 가격정책인 '국민가격' 등의 프로젝트를 내세워 신선식품과 생필품 등을 마진을 최소화한 초저가에 내놨다. 뼈를 깎더라도 손님들을 오프라인으로 오게 하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이런 가격정책에도 기대만큼의 집객력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형마트 전체 영업면적의 50%가량을 차지하는 공산품 매출이 부진한 것 역시 계속해서 발목을 붙잡고 있다. 여기에 이마트가 지분을 투자한 SSG닷컴, 이마트24, 제주소주 등 종속회사의 실적이 부진한 것도 영업이익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월마트는 온라인 매출에서 실적이 개선되면서 반전을 일궈냈다. 실제로 월마트 경영진들은 아마존의 공세에 맞서 월마트 웹사이트를 전면 개편하고 온라인 주문과 픽업 서비스, 식료품 배송 서비스, 매장 내 무인 로봇 등을 도입해 나갔다. 여기에 미국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소비 심리가 개선된 것도 힘을 더했다.
그중에서도 ‘식료품 픽업 서비스’를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식료품은 월마트 전체 매출에서 56%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월마트는 이 점에 착안해, 고객이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 후, 퇴근길에 매장을 들르면 직원들이 주문한 물건을 차에 실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선한 상품을 저렴하게 빠른 시간에 찾아갈 수 있도록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장점을 혼합한 것이다. 물건을 찾으러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추가적으로 장을 보는 선순환 효과도 발생했다. 이 같은 픽업 서비스의 매출은 온라인 매출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월마트는 현재 2100개인 픽업 서비스 매장을 올 연말까지 3100개로 늘릴 계획으로 전해졌다.
한 대형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쿠팡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초저가, 신선식품, 백화점 브랜드까지 한곳에 모은 ‘쓱닷컴’의 성공 여부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본다”라며 "미국 월마트의 사례는 이마트에 시사점이 많지만, 인구 감소, 배송 시장 과열 등 국내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정답으로 볼 수는만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