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로 ‘반도체 핵심 재료 수출 규제’를 단행한 가운데, 소비자들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니클로, ABC마트, 데상트 등 유통기업에서 시작해, 자동차·전자·항공 등 산업계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 여행 취소 ‘인증샷’이 올라오는 등 여행업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일제 불매운동’은 지난 3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의류·자동차·시계·카메라 등 일본 기업들을 정리한 게시글들이 등장하며 누리꾼의 공감을 샀다. 불매운동 기업 리스트에는 토요타·렉서스·혼다 등 자동차 브랜드, 소니·파나소닉·캐논 등 전자제품 브랜드, 데상트·유니클로·ABC마트 등 의류 브랜드, 아사히·기린·삿포로 등 맥주 브랜드 등 다양한 일본 브랜드가 포함됐다.
불매 목록에 오른 기업들은 “아직까지 매출 하락 여부는 알 수 없다”라는 입장이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유니클로는 “불매운동으로 인한 매출 변동 여부는 파악하기 어렵다”며 “특별히 내놓을 입장이 없다”라고 밝힌 상태다. ABC마트 역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라며 매출 변동 여부 공개에는 난색을 드러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매출 1조3732억원을 기록하며 4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달성했을 정도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13년부터 작년까지 국내 의류 브랜드를 통틀어 점유율 1위다. 데상트도 국내 대표 스포츠 브랜드로 꼽힌다. 데상트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7270억원, 영업이익 679억원을 올렸다. ABC마트도 국내 최대 신발 편집숍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만약, 불매운동이 본격화될 경우, 이 같은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수입차 판매는 22% 급감한 상황에서도 일본차 구매는 오히려 10% 증가했다. 벤츠·BMW 등 독일자동차의 디젤엔진에 대한 불신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이 주력인 일본 자동차가 각광받고 있었던 것. 업계는 불매운동으로 이 같은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까 우려하면서도 지난해 강제징용 배상판결·초계기 분쟁 상황에서도 꾸준히 판매량이 늘었던 만큼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 여행 자체를 삼가자는 글도 속속 올라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 역시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일본 모든 지역을 여행 금지구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해 이틀 만에 2000명을 돌파한 상태다.
항공사 국제선 여행객 중 일본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42.43%에 달한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는 일본노선 비중이 49%로, 일본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한 LCC 관계자는 "일본 노선 비중이 높기 때문에 관광객이 감소에 따른 수익 악화가 우려된다"라며 "최근 엔화 강세로 일본행 한국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는데, 양국 보복 조치로 상황이 나빠질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여행사도 불매운동을 인지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큰 변화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강화’가 추가 보복 조치로 거론되고 있는데, 일본 측의 타격도 심각할 것인 만큼, 현실성은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일본 여행 취소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는 것에 대해선 “SNS상에서 주목을 받기위해 일부 사람들이 여행상품을 구입 후 취소하는 사례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향후 일제 불매운동의 확산 가능성에 대해 업계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이 아직까지 매출에 드러날 정도로 영향이 크진 않다고 본다”라면서도 “일본이 추가 보복 조치를 꺼내든다면, 전례 없는 ‘일제 불매운동’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는 “중국 사드에 이어 일본의 보복까지 이어진다면, 심각한 경제 피해가 예상된다”라며 “정부가 현명한 판단으로 갈등을 해소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한전진‧배성은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