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의 선택이 아니라 아들들의 선택이다. 비난 받아야 할 일인지 의문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는 추신수(37)는 최근 두 아들 무빈(14)군과 건우(10)군의 한국 국적 이탈을 신고했다. 5일 법무부가 이를 수리하면서 일이 마무리됐다.
국적 이탈은 외국인 부모 자녀나 외국에서 태어난 복수 국적자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 국적법 14조는 복수 국적자로서 외국에 주소가 있는 자가 외국 국적을 선택하려 할 경우 법무부 장관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겠다는 뜻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난데없는 비판이 불거졌다. 일각에선 과거 의도적으로 병역을 회피했던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유)에 빗대 추신수를 비난하기도 했다.
추신수는 한국 반응을 접하곤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비판을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기자 또한 지금의 괴현상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추신수의 두 아들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2005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하면서 미국 생활을 시작한 추신수는 2005년 큰 아들 무빈 군을 낳았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인 2009년에는 둘째 아들인 건우 군이 태어났다.
과거 추신수가 출연했던 예능프로그램에서도 확인된 사실이지만 이들은 한국 문화보단 미국 문화에 익숙하다. 추신수 부부가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어보단 영어가 훨씬 편하다. 이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기간은 기껏해야 시즌이 끝나고 한두 달 남짓이다. 자녀들이 한국에 갖고 있는 친근감이나 유대감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한국 국적 포기를 선택한 건 아들들이다. 5일 추신수의 국내 에이전트 갤러리아SM 송재우 이사는 “미국 국적 선택은 추신수 두 아들의 의견을 존중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송 이사에 다르면 추신수는 아들들에게 한국에서 살 생각이 있냐고 물었고 두 아들은 “한국도 좋지만 한국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다”며 미국에서 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부모는 조력자가 될 순 있어도 삶의 방향성을 선택하는 건 결국 자녀의 몫이다. 추신수 부부는 평소 한국어 교육, 예절 등을 자녀들에게 엄격히 가르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에 대한 애착이 강한 이들이지만 자녀들의 뜻을 존중하는 현명한 모습을 보여줬다.
추신수의 자녀 국적 포기가 국가대표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는 일부 주장도 그래서 동의할 수 없다. 추신수의 의무와 자녀들의 의무는 엄연히 별개이기 때문이다.
국적 선택을 오로지 병역의 문제로만 보는 시각도 아쉽다.
한국 국적을 선택했을 시에 자녀들은 한국의 문화와 교육 등 전반에 걸쳐 적응을 시도해야 한다. 추억도 친구도 모두 미국에 있는 추신수의 자녀들이다.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녀들이 느낄 어려움, 고통 등은 상당할 수 있다. 병역 의무는 뒤따르는 곁가지일 뿐이다.
지나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는 누군가에겐 폭력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개개인의 선택과 가치가 존중받는 다원화 시대에 살고 있다. 2019년에 불거진 ‘추신수 논란’이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이유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