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슈퍼매파’로 분류되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는 지난밤 볼턴 보좌관에게 그가 일하는 것이 백악관에서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며 “볼턴 보좌관에게 사직서를 요구했다. 그 사직서가 나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그는 경질 배경에 대해 “행정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이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다”고 설명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워싱턴포스트에 문자 메시지를 통해 “분명히 해두자. 내가 사임한 것”이라며 “지난밤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볼턴 보좌관에 대한 경질은 예고된 적 없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이날 오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의 공동 브리핑이 예정돼 있었다. 갑작스러운 결정이라는 점으로 풀이된다.
경질된 배경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듯 현안에 대한 ‘의견충돌’이 잦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과 이란, 아프가니스탄, 베네수엘라 등 현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이견을 보여왔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별 일 아니다”라며 대화를 지속하려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또한 최근 충돌을 빚고 있는 이란에 대한 공격을 주장해왔다.
특히 지난 8일 예정됐다 취소된 ‘탈레반 회동’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 탈레반 지도자들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비밀회동을 할 예정이었으나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며 결국 무산됐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탈레반과의 협상에 반대해온 볼턴 보좌관 측이 언론에 내용을 흘린 것으로 확신,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볼턴 보좌관이 경질된 직후 기자들에게 “볼턴 보좌관과 내 의견이 다른 적이 많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외교정책 이행에 있어 자신을 이롭게 하는 신뢰할 수 있는 참모진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볼턴 보좌관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의회에서는 볼턴 보좌관 경질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왔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는 볼턴 보좌관의 강경한 성향에 대한 비판과 함께 경질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상원외교위원회 소속 공화당 랜드 폴 의원은 “근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은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다”며 “대통령은 그의 정책을 수행할 사람을 주변에 둘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볼턴 보좌관이 행정부를 떠나며 전쟁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잦은 참모진 교체로 안보가 흔들린다” “미국은 훨씬 혼란스러운 시기에 도래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 교체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볼턴 보좌관의 공백은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대행할 예정이다. 후임으로는 전직 육군 대령이자 폭스뉴스 객원출연자인 더글러스 맥그리거,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밑에서 부보좌관을 지낸 리키 와델 전 NSC 부보좌관 등이 거론됐다. 북미 실무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 대북 특별대표도 후보군에 오르고 있다.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제외되며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향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대화가 빠르게 진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그동안 대북문제에서 강경기조를 펼쳐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회담’ 결렬된 것 또한 볼턴 보좌관이 배석하며 일어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9일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 6월30일 판문점 회동에서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그러나 7월 중순으로 예상됐던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 측은 단거리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