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의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조 장관의 5촌 조카가 인사청문회 전 주변인과 말을 맞추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 같은 정황을 담은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된 것에 대해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강하게 항의했다.
정 교수는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PE) 관련 사건 관계자들의 대화 녹취록이 무차별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며 “먼저 이 녹취록이 어떻게 언론에 들어갔는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용의 진위와 맥락이 전혀 점검되지 않은 녹취록으로 인해 저의 방어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음에 대해 강력한 항의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언론을 통해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모(36)씨와 사모펀드 투자처인 웰스씨앤티 최모 대표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조씨는 “조 후보자 측은,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데 어떻게 이야길 할 거냐면, ‘내가 그 업체(웰스씨앤티)에서 돈을 썼는지, 빌렸는지, 대여했는지 어떻게 아냐, 모른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최 대표는) ‘내 통장 확인해봐라. 여기에 들어온 게 조국이든 정경심이든 누구든 간에 가족 관계자한테 입금되거나 돈이 들어온 게 있는지 없는지 그거만 팩트를 봐달라’(고 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이는 지난달 25일 이뤄진 통화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의혹에 사전 대응하기 위해 답변을 맞추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코링크가 조 장관의 영향력을 이용해 2차 전지 등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사업 관련 기업에 투자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웰스씨앤티는 조 장관 가족의 투자금이 들어오자 정관상 사업 목적에 2차 전지를 추가했다. 이후 코링크 설립 자금을 댄 의혹을 받는 현대차 협력사 익성의 2차 전지 관련 자회사인 ‘아이에프앰’에 13억원을 투자했다.
조씨는 “이게 전부 다 이해 충돌 문제가 생기게 된다”며 “(웰스씨앤티가) 아이에프엠에 투자가 들어갔다고 하면 배터리 육성 정책에 맞물려 들어간다. 그래서 (내부 정보를 획득해) 배터리 육성에 투자한 거 아니냐, 완전히 빼도 박도 못 하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에프엠에 연결되기 시작하면 코링크와 WFM(코링크 투자사)는 다 난리가 난다”며 “이거는 같이 죽는 케이스다. 조 후보자가 같이 낙마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WFM은 코링크가 인수한 회사로 2차 전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정 교수는 지난 2017년 10월 코링크가 WFM 지분을 인수한 이후 수개월에 걸쳐 WFM에서 고문료 명목으로 총 1400만원을 받았다. 정 교수는 대학으로부터 겸직 허가를 얻어 받은 영어사업 관련 자문료라고 해명했다.
웰스씨앤티 투자금 중 7억3000만원을 어떻게 소명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해당 자금의 흐름을 명확히 밝히기 어렵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조씨는 “건설 시행을 할 수 없을까 해서 건설업체에 빌려줬다고 해라. 대여는 범죄가 아니지 않느냐”고 최 대표에게 진술을 제안했다. 이에 최 대표는 “건설하는 사람한테 그냥 7억3000만원을 빌려줬다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조국 선생 때문에 왜 이 낭패를 당해야 하느냐”며 “조 대표(조씨)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 작업을 하는 건데 명분이 없어 나는 더 망가진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전날 현대차 협력사 익성의 이모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조 장관을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 재가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