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요 석유시설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은 것과 관련 중동 정세가 혼란에 빠졌다. 예멘 후티 반군이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지만 미국은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과 관련해 “범인이 누군지 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며 “우리는 검증 결과에 따라 장전 완료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누가 이 공격을 일으켰다고 생각하는지, 우리가 어떤 조건 하에서 진행해야 하는지 등 사우디의 생각을 듣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소유한 최대 석유 시설 2곳이 14일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았다. 해당 시설 공격으로 인해 사우디 원유 생산 절반이 차질을 빚게 됐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이다. 아람코는 하루 570만 배럴의 생산량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체 산유량의 절반이자 전세계 산유량의 5%다.
예멘 반군은 사우디 석유 시설을 자신들이 공격했다고 발표했지만 미국은 이란을 공격의 주체로 지목했다. 예멘 반군은 친이란 성향이다. 드론 공격뿐만 아니라 미사일까지 동원된 이란의 직접 소행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 ABC뉴스는 미국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란이 전날 사우디 석유 시설을 공격하면서 순항미사일 10여발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란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이란이 사우디 공격을 시행했다는 주장에 대해 “이런 주장은 수용할 수 없고 근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무역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도 나서 이란을 비호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확실한 조사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리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질타했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도 다시금 얼어붙었다. 앞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경질되며 훈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촉구해온 대표적인 ‘매파’였다. 그의 퇴장으로 관계 개선이 예상됐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과 이란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기꺼이 만날 뜻을 분명히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더욱 악화일로에 빠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멘 반군 측은 “사우디 석유시설은 여전히 공격 목표”라며 위협 중이다. 야히아 사례아 후티 대변인은 SNS를 통해 “언제라도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우디가 예멘에 대한 침략과 봉쇄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