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LA 다저스)의 사이영상 수상이 어렵게 됐다. 이제 남은 건 워렌 스판상이다.
최근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 닷컴이 실시한 사이영상 모의 투표 결과에서 기자단에게 1위 표를 단 한 장도 받지 못했다. 각각 1위 표 23장과 19장을 받은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과의 격차가 상당하다.
앞선 다섯 번의 모의 투표에서 네 차례나 1위를 기록한 류현진이지만 최근 부진이 기자단의 마음을 흔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지난달 12일까지 평균자책점 1.45를 기록하는 등역사적인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이후 4경기에서 대량실점하며 평균자책점이 2.45로 뛰어올랐다. 최근 메츠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반등했지만 1점대 방어율 회복은 불가능해졌다.
류현진은 슈어저, 디그롬에 비해 평균자책점을 제외한 나머지 지표에서 모두 밀린다. 1점대 평균자책점이 붕괴된 상황에서 이번 모의 투표 결과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현장 투표에서 1위 표 몇 장을 얻을 순 있겠지만 사이영상 수상은 분명 어려워졌다.
하지만 리그 최고의 좌완에게 수여하는 워렌 스판 상 수상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현재 리그에서 류현진보다 빼어난 좌완 투수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워렌 스판 상은 MLB 역대 좌완 최다승 투수인 워렌 스판을 기념하여 1999년부터 오클라호마 스포츠 박물관에서 시즌 최고의 좌완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기자단 투표를 통해 양대리그에서 한 명씩을 선정하는 사이영상과 달리 워렌 스판상은 MLB 전체 투수를 대상으로 한다. 승리-평균자책-탈삼진 등 클래식 지표에 근거해 수상자를 뽑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류현진의 팀 동료 클레이튼 커쇼가 2011년부터 4차례(2013, 2014, 2017) 수여해 국내에 익히 알려진 상이기도 하다.
17일 기준으로 168.2이닝 12승 5패 평균자책점 2.35 148 탈삼진을 기록 중인 류현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패트릭 코빈(워싱턴 내셔널스)이다.
코빈은 류현진보다 평균자책점(3.20)이 밀리지만 승수가 12승으로 동일하다. 특히 탈삼진(213)에서 크게 앞서 이 부문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마이크 마이너와 커쇼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마이너는 평균자책점(3.33)이 류현진에게 뒤지지만 승수(13)를 더 챙겼다. 탈삼진은 188를 잡았다. 커쇼 역시 평균자책점(3.05)은 떨어지지만 승수(14)와 탈삼진(176)에서 앞선다.
유일하게 평균자책점 2점대를 유지 중인 류현진이 현재 가장 유리한 고지에 선 것은 맞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년 간 워렌 스판상 수상자의 기록을 들춰보면 평균자책점 3.0을 넘은 수상자는 단 3명(2003년 페티트, 2007년 사바시아, 2009년 사바시아)에 불과했다. 앞서 제시했던 것처럼 마이너와 코빈, 커쇼 모두 평균자책점이 3점대를 넘는다.
하지만 류현진의 워렌 스판상 수상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은 2003년 앤디 페티트의 사례 때문이다. 페티트는 당시 21승 평균자책점 4.02를 기록했다. 탈삼진은 180개를 잡아냈다. 그의 경쟁자는 제이미 모이어였는데, 당시 21승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다. 승수는 동일하고 평균자책점은 0.75 낮았지만 탈삼진 개수(129)가 51개 밀려 페티트에게 영광을 내줬다.
현재 류현진과 코빈의 탈삼진 격차는 65개에 달한다.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박물관 측이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둘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수상자가 갈릴 전망이다.
수상 확률을 높이려면 류현진으로선 남은 2차례의 등판에서 평균자책점을 더욱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타선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승수를 추가해 다승 부문에서 우위를 점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