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기관 중 하나죠.
하는 일도 참 많습니다.
일단 단백질, 당, 비타민, 지방 등의 영양분을 처리하고요.
지방과 비타민의 흡수를 돕는 담즙을 생산하기도 합니다.
인체 독소도 제거를 하죠.
그런데 원래는 말랑말랑했던 간이 굳어지면서 이 같은 주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질환이 있습니다.
간경화로 불리기도 하죠.
바로 간경변증입니다.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만큼 간경변증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간경변증으로 인한 손상이 심해지면 황달, 복수, 간성뇌증, 정맥류 출혈 등의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리포트>
간경변증은 간세포가 반복적으로 상처와 염증을 입으면서 발생합니다.
염증은 간의 섬유화 즉, 간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과정을 촉발합니다.
정재연 교수 /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정상적인 간의 경우에는 실제로 색깔이 벽돌색을 띠게 되고 표면이 아주 매끈하면서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양상을 갖추게 됩니다. 실제로 CT를 찍게 되면 표면이 아주 말끔하면서 간의 실질 자체가 깨끗하고 균일한 양상을 보이게 되고요. 그러나 이런 정상 간이 염증이 지속되고 섬유화가 지속되면 결국에는 간에 이런 결절들이 생기는 간경화로 진행하게 되는데요. 간경화가 됐을 때는 표면이 불규칙한 결절형 양상을 띠게 되고, 간 실질 자체도 이렇게 균일한 것이 아니라 상당히 불균일한, 불규칙적인 양상을 보이게 되고 이 경우에는 간의 겉을 둘러싸고 있는 까맣게 보이는 부분들이 복수가 있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복수가 찰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간의 손상을 부르는 염증은 왜 생기는 걸까요?
주된 원인은 B형이나 C형 간염 같은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입니다.
만성 간염의 기간이 길어지면 간염 바이러스가 간세포 내에서 염증을 일으키는데요.
만성 B형 간염의 5~10%, 만성 C형 간염은 10~15% 정도가 간경변증으로 발전한다고 합니다.
과다한 알코올 섭취도 간을 위협합니다.
알코올은 간에서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변환돼 염증과 조직 손상을 유발합니다.
손상된 간은 지방산을 분해할 수 없기 때문에 지방이 쌓이면서 섬유화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음식물을 통해 간에 지방이 축적되면 역시나 유사한 경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최근 비만, 대사증후군 인구가 급증하면서 이 같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앓고 있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정재연 교수 /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간이 굳어지게 되면 간으로 가는 혈관들이 압력을 받게 되서 식도나 위쪽으로 측부 혈관이 발달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그쪽의 혈관들이 부풀어지는 정맥류라는 병이 생기게 되고 거기서 출혈이 되면 피를 토하거나 하혈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간 기능이 계속 나빠지면 간성혼수라는 병이 생기게 되는데요. 간에서 제대로 해독되지 않은 피가 몸을 순환하다보니까 그런 피들에 의해 의식이 저하된다든가 심하면 뇌기능이 악화돼 의식이 혼미해지는 현상까지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합병증이나 증상들이 생기면 빨리 조치를 취해야겠습니다.”
<스튜디오>
간질환은 염증이 만들어졌다가 치유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진행됩니다.
간이 굳는 섬유화 단계를 거쳐 지방간, 간경변, 간암 순으로 악화됩니다.
특히 간경변증 자체는 간암의 강력한 유발 요인으로, 간경변증이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간암이 생길 가능성이 커집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해마다 간경변증 환자의 5%가량이 간암을 겪게 된다고 하는데요.
평소 위험요인들을 피하면서 간암 예방에도 주의를 기울이시는 게 좋겠습니다.
<리포트>
간경변증 진단 과정에서는 혈액검사를 통해 간 기능을 살핍니다.
또 복부 초음파, 복부 CT 촬영 등의 영상검사로 간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간의 굳은 정도를 보다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간 섬유화 스캔검사도 최근 시행 빈도가 늘고 있습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간경변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인식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약물과 치료법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치료 성과를 끌어올렸습니다.
정재연 교수 /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간경변증의 대표적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 바이러스성 간염의 경우에는 최근 좋은 약물들이 많이 개발되고 실제 치료로 응용되고 있습니다. B형 간염, C형 간염 같은 바이러스성 간염은 약물치료를 하면 C형 간염의 경우에는 최근 95% 이상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고, B형 간염의 경우에도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간질환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심지어 간경변증이 있는 환자들도 초기에만 잘 발견해서 꾸준히 치료하면 간경변증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원인에 따라 먼저 치료를 해야 할 것 같고요.”
알코올 간경변증 치료의 기본은 금주입니다.
더불어 칼로리를 높이는 영양 보충 등이 필요합니다.
과체중 또는 비만을 동반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다면 체중 감량, 식이 조절을 우선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간경변증 치료의 목적은 섬유화의 진행과 그로 인한 간 기능의 저하를 최대한 늦추는 데 있는데요.
치료가 늦어졌다거나 이미 진행이 된 간경변증의 경우에는 합병증 치료 또한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정재연 교수 /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무서운 합병증 중 하나가 아까 말씀드렸던 정맥류 출혈인데요. 이런 정맥류가 터져서 출혈이 되면 급사를 할 수 있는 위험한 합병증이 되기 때문에 이런 경우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으로 다다를 수 있습니다. 정맥류 출혈이 의심되는 하혈이라든가 토혈이 있는 경우에는 빨리 응급실에 내원해서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하고, 치료를 하고 난 이후에도 간으로 가는 문맥의 압력을 낮추기 위한 약물을 추가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앞으로의 출혈 재발에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
간경변증이 많이 진행돼 말기 상태에 놓이면 사실 치료가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간 이식인데요.
아직은 이식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국내에서는 연 1,000회 이상의 이식이 시행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전문의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이식 수술 수준은 세계 최고입니다.
생존율이나 합병증 등의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듯 간 이식을 가장 안전하게 하는 나라라는 겁니다.
전문의들은 “외국의 경우 특히 뇌사자 간 이식이 상당히 활성화 돼 있다”면서 “우리 사회도 인식 개선을 통해 간질환 환자들에게 결정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이 좀 더 열릴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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