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석춘 연세대학교 교수의 ‘위안부 망언’과 관련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피해자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학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지난 25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는 류 교수를 규탄하는 대자보가 여러 장 게재돼 있었다. 연세대 사회학과 학생회와 연세대 사회과학대학 운영위원회,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평화나비 네트워크 연세대 지부(연대나비), 노동자연대 연세대모임 등은 각각 류 교수의 사과와 파면을 촉구했다. 연대나비는 대자보에서 “류 교수는 의도적으로 역사 왜곡을 자행하고 있다”며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라고 강조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와 민주동우회도 “류 교수에 대한 파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류 교수는 지난 19일 연세대 ‘발전사회학’ 강의 시간에 “(위안부 관련)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정부)이 아니다”라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다. 일본 민간이 주도하고 일본 정부가 방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류 교수는 “지금도 매춘에 들어가는 과정이 그렇다. ‘매너 좋은 손님 술만 따라주고 안주만 주면 된다’고 말해 접대부 되고 매춘을 시작한다”고 답했다. 이어 질문을 한 여학생에게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 지금도 그래요”라고 부연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도와온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은) 해방 후 쥐죽은 듯 와서 살던 분들인데 정대협(정의연의 옛 이름)이 개입해 국가적 피해자라는 생각을 갖게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류 교수의 발언을 ‘학문의 자유’ 측면에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류 교수의 파면을 촉구하는 대자보 옆에는 ‘연세대의 미운오리새끼 류석춘 교수의 정치적 파면에 반대하고 언론과 정치권의 집단 혐오를 강력 규탄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자리해 있었다. 게시자는 ‘류석춘 교수의 정치적 파면에 반대하는 연세대학교 재학생·졸업생 일동’이다. 이들은 “대한민국 헌법 22조에 모든 국민은 학문의 자유를 지닌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대학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학자와 그의 연구를 끝까지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계에서 이단아로 취급되다 생을 마감한 고(故) 마광수 연세대 교수의 사례를 언급하며 “지키지 못한 원죄가 있기에 책임 의식에 더욱 엄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여학생에게 성희롱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 또한 연세대 학보사 연세춘추와의 인터뷰에서 “수업에서 학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이미 크게 자리 잡은 기존 담론 때문에 나 같은 소수의 담론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소수의 의견일지라도 연세공동체 전체가 보호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안부 망언 관련 학문의 자유 논쟁은 과거에도 있었다. 박유하 세종대학교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 관련 논란이다. 박 교수의 저서에는 일본군 위안부들이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였다는 등 성노예가 아니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박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1심 재판부는 “책에서 밝힌 견해는 가치 판단을 따지는 문제”라며 무죄라고 봤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일본 정부와 군부가 위안부 수용소를 설립하는 데 관여한 사실이 명백하고 피해자들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돼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헌법학자들의 의견도 갈렸다. 홍완식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문의 자유는 제한이 가능한 상대적 자유”라며 “다른 사람의 권리 또는 기본권과 충돌한다면 당연히 한계가 있고 제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자라면 자기주장의 정당한 근거를 가져야 한다. 피해에 대한 인식과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의 태도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학문의 자유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학자로서의 소양부터 갖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A 교수는 “충분한 논증이 갖춰진 주장이라면 학문의 자유로 발언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지동설’도 과거에는 매우 불편한 이야기였다. 불편하더라도 진실일 수 있는 주장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류 교수의 주장이 진정한 연구의 결과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근거가 없이 특정 세력의 주장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큰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